대다수 진보성향…자사고→일반고 전환 정책은 제각각
학생부 개선 분주…"학교성폭력 무관용 엄벌" 한목소리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17명 중 14명에 달하는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초·중등 교육개혁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지난 선거에서는 보수로 분류되는 대구·경북, 중도보수인 대전을 제외한 14곳을 진보교육감이 석권했다. 울산에서 첫 진보교육감이 배출되면서 지난 2014년(13명) 선거보다 진보의 외연은 다소 넓어졌다.
진보교육감들이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교육복지 확대는 '대세'가 됐다.
첫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울산에서 확연한 변화가 읽힌다.
노옥희 교육감은 애초 2019년부터 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이 공약은 교육감 기대보다도 빠른 지난달 이미 실현됐다.
지방선거에서 울산 광역·기초단체장을 석권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모두 고교 무상급식 지원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예산지원에 협조했던 것이다. 교육청이 55%, 시와 5개 기초단체가 45%를 각각 부담해 현재 지역 56개 고교 3만7천명가량 학생이 무상급식 혜택을 보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을 둔 다른 지역도 현재 초·중·고 무상급식을 하고 있거나, 늦어도 내년에는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발 더 나아가 유치원 무상급식, 중고생 무상교복 지원을 계획한 곳도 많다.
반면에 보수·중도성향 교육감들의 기류는 다르다.
경북은 현재 100명 이하 소규모 초등학교와 읍·면 지역 초·중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동(洞) 지역 중학교까지 확대하며, 2020년부터 고등학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구는 초등학생은 전원에게, 중고생에게는 36%에게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한다. 중·고교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으며, 지자체와 비용을 분담해 무상급식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만 세운 상태다.
대전은 광역단체인 대전시가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시교육청은 예산상 어려움을 들어 '단계적 시행 또는 전면 시행 시 분담비율 조정'을 요구하며 두 기관이 맞서고 있다.
최근 불거진 학교생활기록부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교육감들은 저마다 대책을 내놨다.
우선 교내 대회가 과도하게 많거나 일부 학생에게 상을 몰아주는 등 일부 학교가 주최하는 대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수상 관련 규정을 마련 중이다. 각 학교에 학생부 입력 완료 시기에 맞춰 교차점검이 3회 이상 이뤄지도록 안내하고, 현장지원단을 투입해 학생부 2차 점검을 할 계획이다. 각종 교원 직무연수에도 학생부 관련 연수가 반영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는 학생부 관련 업무 경력이 많은 교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일선 학교를 직접 방문, 문제점을 정정하도록 했다.
경남은 '2019학년도 학생부 기재요령' 제작을 주관, 교육부와 16개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수정·보완 중이다.
이 요령에는 학생부에 학부모 성명이나 생년월일, 봉사활동 특기 사항, 진로희망 사항 등을 기재하는 항목을 삭제하고, 학생 수상경력을 학기당 1건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고교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진보교육감들은 대체로 '일반고로 단계적 전환' 기조를 보였다.
서울에서는 올해 자사고인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됐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2015년 이후 3년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례다. 학교 측은 '지원자 감소'를 일반고 전환신청의 주된 이유로 들었지만, 교육청과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는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등을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진보교육감이라고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현재 각각 1곳에 불과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고,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고교학점제의 정상적인 시행을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특목고를 무조건 폐기하기보다는 설립목적을 살린 운영 성과와 계획 등을 평가해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스쿨 미투'로 불리는 학교 내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교육감들 모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에 5건의 성폭력 문제가 제기됐다. 시교육청은 관련된 교사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분하고, 피해 학생 치유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 논산에서도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과 신체접촉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충남교육청은 연루된 교사 11명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피해 학생 상담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충북 청주에서는 한 학교법인 산하 3개 학교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달아 미투를 폭로했다.
도교육청은 학교별로 학생 전수조사를 벌이고, 관련된 교사 처벌을 법인에 요구했다. 이에 법인은 교사 6명을 직위 해제하고, 사안을 경찰에 신고했다.
다만 현재 교육청들이 폭로가 나오면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대전지역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 학생 지원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 교육 등은 사후약방문이며,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면서 "사회구조적인 성폭력 예방을 위해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경기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성 인권 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학교 구성원이 스스로 성 인식 등이 올바른지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대책까지 자발적으로 마련하자는 게 연구 목적이다.
(류수현 정찬욱 김선경 손상원 여운창 최은지 이승형 박재천 전지혜 김준호 이재영 이강일 양지웅 이종민 허광무 기자)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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