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사용' 금지하고, 6세 이하 소아 사용제한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난 5월 서울의 한 키즈카페 내 '트램펄린'에서 놀던 아이(7)가 팔이 부러져 전치 6주의 상처를 입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 아이는 트램펄린에서 뛰던 중이었는데, 옆에서 한 어른이 함께 뛰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반동으로 갑자기 넘어져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램펄린은 스프링이 달린 매트 위에서 탄력을 이용해 뛰어오르거나, 공중회전 등의 동작을 펼치는 놀이기구의 하나다. 원래는 1930년대 체조 동작 수련기구로 사용됐지만 1950년 이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아이들의 놀이기구가 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키즈카페 등이 활성화되면서 트램펄린 도입이 늘고 있다. 이름은 텀블링(덤블링), 방방이, 퐁퐁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그런데 앞선 사례처럼 아이들이 트램펄린에서 놀다가 크게 다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6일 가천의대 응급의학과 연구팀(우재혁·최은석·장재호)이 국제학술지 '연세의학저널'(Yonsei Medical Journal) 10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1∼2016 사이 트램펄린 부상으로 전국의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총 2천799명에 달했다.
환자의 63%는 6세 미만이었고, 이중 남자아이가 54.2%를 차지했다. 또 손상의 76%는 다중 시설인 트램펄린 파크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친 부위로는 다리가 47%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머리·얼굴 24%, 팔 24%였다. 전체 부상자 10명 중 3명 이상(31.7%)은 중증 상태인 골절로 진단됐다. 6세 이하 어린이는 뼈에 수분이 많아 성인의 뼈보다 더 약하기 때문에 작은 외력에도 골절이 발생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
물론 서구 국가에서는 우리보다 이런 손상이 더 심각하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신용운 교수팀이 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미국 '국가 전자 상해 감시시스템'(National Electronic Injury Surveillance System)은 2002∼2011년 사이 트램펄린 관련 손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100만2천73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중 29만명에서 골절이 발생했고, 골절 환자의 90% 이상은 소아였다는 게 이 시스템의 분석이다.
호주에서도 해마다 평균 1천737명의 트램펄린 손상 환자가 발생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트램펄린 손상의 원인을 불완전한 착지, 다른 사용자와 충돌, 트램펄린 구조물과의 충돌, 트램펄린 밖으로의 추락 등으로 구분한다. 이중에서도 불완전한 착지나 다른 사용자와의 충돌은 다수의 이용자가 함께 점프하는 경우에 자주 발생하며,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이용자가 다칠 위험이 크다.
한 연구에서는 여러 명의 어린이가 트램펄린을 이용하는 경우, 가장 가벼운 어린이가 가장 무거운 어린이보다 다칠 위험도가 14배 더 높고, 체중이 덜 나가는 어린이는 사용자 수가 줄어들어도 부상에 노출되기 쉽다고 했다. 트램펄린 부상 중 86%가 2명 이상이 동시에 점프할 때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손상은 골절과 염좌, 두경부 손상, 척수 손상, 영구 마비 등의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다른 스포츠보다 월등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에서는 10년 동안 11건의 트램펄린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트램펄린이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등의 넘어지기 쉬운 운동 종목과 손상 위험도가 비슷하다고 본다.
신용운 교수는 논문에서 트램펄린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 다수 이용자 사용금지 ▲ 6세 이하 소아의 트램펄린 사용제한과 적극적인 감독 ▲ 공중제비 등 스턴트 금지 등을 주문했다.
신 교수는 "골절 등으로 정형외과 치료가 필요했던 트램펄린 부상자 중 90%가 다수 이용에 의한 손상이었던 만큼 여러 명이 동시에 트램펄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아울러 6세 이하 소아는 감시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어 "트램펄린은 균형감각을 기르는 재미있는 운동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상 예방을 위해서는 보호자의 역할이 크고 주의가 요망되는 운동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