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남 비례대표 공천 대가 4억도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대부분 면소 판단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였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은 "거짓말탐지기로 확인하고 싶다"며 신빙성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정반대 평가를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 중 19억원과 1천230만원 상당의 의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전 회장의 비망록을 중요한 증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일기 형식의 비망록이 압수됐는데, 그 안에는 피고인에게 직접 인사 청탁을 한 내용, 뇌물을 줬는데 자신의 인사가 결정되지 않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 등이 기재돼 있다"면서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판부는 2007년 1월 이 전 대통령이 5천만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고,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을 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무죄로 봤다.
검찰이 이 5천만원에 적용한 사전 수뢰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될 자가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해야 하는데,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고 선거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법적으로 건넸다고 검찰이 판단한 몇몇 금품은 유죄로 인정되지 못했다.
2008년 4월 건넨 3억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전 대통령)과 별도로 상당한 정치세력을 가진 이상득 전 의원에게 교부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의류를 제공해 정치자금법을 어겼다고 기소된 부분은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되는 금품이라 볼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나머지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이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 청탁 대가로 받은 4억원은 뇌물수수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을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되게 한 것은 대통령의 직무 범위 내 행위로 판단되고 이 돈은 뇌물임과 동시에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관급공사 발주를 기대하고 전달한 5억원, 손병문 ABC상사 회장이 사업상 편의를 바라며 전달한 2억원, 능인선원 주지 지광 스님이 불교대학원대학 설립 등 숙원 사업 지원을 기대하며 제공한 3억원에 대해서는 "청탁 내용이 지나치게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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