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초청작 '군산…'으로 박해일과 세 번째 호흡
(부산=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국에 몇 년 있으면서 제일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박해일입니다. 친구가 됐다고 생각해서인지 자꾸 떠오르네요."(장률 감독)
"친근하지만 속을 절대 알 수 없는 점이 매력적인 분이시죠."(박해일)
장률 감독과 박해일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로 부산을 찾았다. 두 사람은 '경주'(2013),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군산'은 충동적으로 군산으로 여행을 간 윤영(박해일)과 송현(문소리)이 민박집에 묵으면서 민박집 주인(정진영)과 자폐증이 있는 딸(박소담)과 각각 엇갈린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5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해일씨는 일상에서는 물론 촬영 현장에서도 궁금증을 주는 친구예요. 궁금증이 안 생기는 사람은 별로 재미가 없죠. 또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은데, 어떤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방향이 하나뿐이지만, 해일씨는 그 방향이 많아요. 세상을 바라볼수록 세상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생각하다 보면 해일씨가 저절로 떠오르죠."
박해일은 이 작품에서 시를 쓰는 윤영 역을 맡았다. 좋아하던 선배의 아내 송현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함께 군산 여행을 떠나지만, 자기 뜻대로 연애는 흘러가지 않는다.
박해일은 "그동안 장 감독님과 작품을 하면서 한 번도 작품을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면서 "여러 번 봐도 명쾌한 대답이 잘 안 나오기에 아예 모든 것을 맡기고 현장에서 감독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신뢰가 없으면 하기 쉽지 않다"면서 "'군산' 역시 보면 볼수록 곱씹어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군산'은 두 남녀의 군산 여행을 큰 축으로 "세상에 감춰진 형상"을 다룬다. (남동철 프로그래머)
극 중에는 재중동포를 비롯해 재일교포, 화교, 6·25 참전용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재중동포인 장률 감독은 "제가 그쪽 출신이다 보니까 일상에서 보는 것을 다룬 것 같다"면서 "한·중·일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도, 지금도 같이 가야 한다. 감독으로서 제가 몸으로 느끼고 부딪히고 그 대답을 찾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목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거위를 노래하다'는 시에 대해서는 "유명한 당나라 시인이 7살에 쓴 시"라며 "중국에서는 유치원생도 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여러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군산 민박집은 일본식 가옥이지만 일본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종종 일본식 정원을 칭송하지만, 거리 한쪽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만행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이야기도 시간순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일상의 느낌을 담은 것이죠. 산다는 게 꼭 순서대로 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이 어디를 간다고 하면 중간 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도 중간에서 시작하고 중간에서 끝나죠. 한편으로는 계속 중간에 머물러있는 극 중 윤영의 역할을 표현하고도 싶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소통을 이야기한다. 자폐증이 있는 민박집 딸을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주변에 자폐증을 지닌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 소통을 갈망하죠. 극 중에서 집주인이 민박하는 것도 딸과 소통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다고 생각해서죠."
장 감독은 2003년 장편 '당시'로 데뷔했다.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망종'(2005),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경계'(2007), 중국과 한국의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연작 '중경'(2008), '이리'(2008) 등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부산영화제 개막작 '춘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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