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공공기관 부채도 '나랏빚'…재정건전성 괜찮나

입력 2018-10-07 07:01  

불어나는 공공기관 부채도 '나랏빚'…재정건전성 괜찮나
공공기관 부채 올해 증가 전환 전망…"종합적 부채관리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 율 민경락 기자 =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2분기까지 3분기째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4분기∼2012년 2분기 이후 6년 만의 적자 행진이다.
주된 적자 원인 중 하나로 봄철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정지가 꼽힌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적자의 불씨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도 분명한 점은 대형 공기업 한전의 재무 상황이 정부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물가 관리 카드로 종종 활용되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책 역시 공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부문 부채를 평가할 때 정부 부채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해 관리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도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와 일자리 등 민생 해결을 위해 재정 의존도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 부채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부채 관리에도 더욱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년간 감소하던 39개 중장기 재무 관리 대상 공공기관의 부채는 올해부터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손실보전 조항이 있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공기업·준정부기관을 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이들의 5개년 재무전망 등을 매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2013년 498조원에 달했던 관리 대상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472조원까지 줄었지만, 올해부터 다시 늘어 2022년 53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자산이 같이 늘면서 올해부터 5년간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직전 5년(-64.3%포인트)과 비교하면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디다.
수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채 규모를 줄인 만큼 앞으로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공공기관의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일반정부 부채(D2) 증가속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공공기관 부채의 증가 전환은 나라 살림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말 공공부문 부채(D3)는 전년(1천3조5천억 원)보다 33조원(3.3%) 늘어난 1천36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부채 통계를 국가채무(D1), 일반정부(중앙·지방) 부채(D2), D3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때 D3는 D2와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뒤 공공부문 간 내부거래를 뺀 것이다.
D3의 증가세는 중앙정부 부채가 견인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힘입어 매년 증가 폭을 줄여왔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면 D3를 구성하는 비금융 공기업 부채도 늘어나 D3 증가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D3 중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큰 편이다.
부채 관리가 주로 일반정부 부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공공기관 부채 비중이 과다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는 부채의 종합·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제기준에 따라 D3를 집계해 2014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속화하는 재정 지출 증가속도는 언제든 국가와 공적 책임을 분담하는 공공기관의 경영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가 제시한 향후 5년간 재정 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7.3%로 2004년 이후 가장 높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20년 이후 빠르게 확대돼 2022년에는 63조원에 육박, 올해 적자 전망치(28조원)의 두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의 향후 5년간 증감 전망, 상환 계획 등을 포함한 종합 계획을 매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빚이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을 때 활용하는 수단이 공공기관 부채"라며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부채 통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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