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본격 출전한 WTCR서도 선전 중…동반우승 기대
(알체나우[독일]=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메이저 모터스포츠 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신설 대회인 '월드 투어링카 컵'(WTCR)에서 올해 시즌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2004년 WRC에서 철수했다가 10년 만인 2014년 복귀했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WRC팀인 '현대 쉘 모비스[250060] WRT'는 2018 시즌 WRC의 제조업체별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WRC는 매 시즌 전 세계를 순회하며 모두 13차례 경기를 치른 뒤 이를 종합해 우승팀을 정하는데, 지난달 16일 마무리된 10차 대회인 터키 랠리를 마친 성적이 2위다.
9차 독일 랠리까지만 해도 1위를 유지해 왔으나 10차 대회에서 '도요타 가주 레이싱'팀에 5점 차로 역전당했다. 하지만 WRC는 한 대회만으로도 10∼20점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만큼 현대 WRC팀은 재역전을 통한 사상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WRC는 '포뮬라1'(F1)처럼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다.
서킷에서 경주용 차로 시속 300㎞ 이상의 초고속으로 승부하는 F1과 달리 WRC는 양산차를 튜닝한 차를 이용해 일반도로는 물론, 흙·자갈·모래·눈·비 등으로 뒤덮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경기다.
F1과 함께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의 양대산맥을 이루면서, 거친 도로 환경을 견디고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를 넘나드는 혹한·혹서 등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경주의 '철인경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장 관람객이 연간 360만 명, 중계 방송 시청자가 연간 8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미디어 노출을 통한 연간 경제적 효과 역시 월드컵 결승전(약 1조원)의 60%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2014년부터 WRC에 출전해왔다. 첫해엔 8개 팀 중 4위, 2015년엔 3위, 2016년과 2017년에는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엔 사상 처음으로 1위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의 '무기'는 i20 쿠페를 개조한 'i20 쿠페 WRC'다. 1천600㏄ 가솔린 터보엔진을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 튜닝을 거쳐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5.9㎏·m의 힘을 내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여기에 4륜구동 시스템을 얹고 대형 리어 스포일러, 전자식 중앙 차동장치, 개선된 서스펜션 등을 적용해 경주용 차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현재 WRC에는 현대차 외에도 포드와 도요타, 시트로엥이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양산차를 개조한 레이싱카로 하는 서킷 경주인 WTCR에도 지난해 뛰어들었다. WTCR은 다만 F1이나 WRC처럼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출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조사가 개인 또는 프로 경주팀에 경주용 차를 공급해 간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WRC보다 참가하는 차 메이커가 더 많아서 푸조(308), 시트로엥(DS3), 포드(피에스타), 폭스바겐(골프), 스코다(파비아), 아우디(RS3), 혼다(시빅), 오펠(아스트라) 등이 랠리카를 제작해 공급 중이다.
현대차는 고성능 i30 N을 개조한 'i30 N TCR'을 전 세계 프로팀에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TCR 인터내셔널 시르즈에서 우승을 한 데 이어 올해 WTCR에선 i30 N TCR로 출전한 2개 팀(BRC 레이싱팀·이반 뮐러팀)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우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i30 N TCR는 대회에 본격 참가한 첫해부터 1, 2위를 다투는 압도적인 성능을 입증하며 현대차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i30 N TCR은 작년 말 정식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구매 문의가 줄을 이었고, 현재 전 세계 20여 개팀이 이 차를 구입해 각종 경주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모터스포츠 대회에서의 선전은 실제 현대차의 판매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WRC 진출 이후인 2015년 유럽 전체 시장에서 전년보다 10.8% 증가한 47만21대, 2016년 7.5% 늘어난 50만5천377대, 2017년 3.5% 증가한 52만3천258대를 판매했다.
WRC 출전 차량인 i20 역시 2013년 21만6천522대에서 지난해엔 28만6천241대로 32.2% 증가하며 4년간 연 평균 성장률 7.2%를 보였다.
모터스포츠 참가로 얻은 경험과 노하우, 각종 데이터는 고성능차 개발로도 이어졌다. 2015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시키고 지난해 첫 제품으로 'i30 N'을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WRTC 출전용 경주차의 기본 모델로 채택된 i30 N은 작년 9월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1천155대가 팔렸고, 올해부터는 호주 등지로 판매 지역을 넓히며 8월 말까지 4천122대가 판매되며 글로벌 연간 판매 목표치인 3천300대를 초과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터스포츠에서의 선전은 브랜드의 기술력과 위상, 인지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또 모터스포츠 참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고성능차를 개발하거나 양산차에 기술을 이식해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차량 판매를 늘리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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