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강풍에 수확앞 둔 벼 논 곳곳 침수와 쓰러짐 피해
(보성=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벼 수확이 코 앞인데 태풍에 모두 휩쓸렸네요. 허망한 마음 뿐입니다."
전남 보성군 겸백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운기(53)씨는 6일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 들녘을 한없이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그 무덥던 올 여름 폭염과 가뭄을 이기고 애써 가꿨던 벼는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비바람에 태반이 물에 잠기고 쓰러졌다.
알곡이 꽉 찼을 벼는 수마가 할퀴고 가면서 그 흔적마저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강풍을 이겨내고 자리를 지킨 벼도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강한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밤새 뜬눈으로 보낸 김씨는 날이 밝자마자 논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거센 비바람에 서 있을 수 조차 없었고 자식 같은 벼가 쓰러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비바람이 그치고 벼 이삭을 하나하나 살펴봤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태풍이 휩쓸고 간 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평화로웠지만 이를 지켜보는 김씨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만 갔다.
김씨는 "강물이 불어나고 주변 산에서 내려온 물 때문에 배수 작업도 소용없었다. 자연적으로 물이 빠질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참담할 뿐이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태풍 솔릭이 왔을 때도 침수 피해를 입어 겨우 복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엎친 데 덮친 격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룻밤 사이에 200㎜ 가까운 집중호우가 쏟아진 보성지역 농경지 곳곳이 김씨 논처럼 큰 피해를 입었다.
보성군 벌교읍에서 농사를 짓는 박성일(61)씨의 논도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만 곳곳에 남았다.
쓰러진 벼를 세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논 사이사이에 얽혀있는 부유물을 치우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박씨는 "며칠만 있으면 벼 베기를 하는 데 물에 잠기고 도복이 돼 올해 농사를 모두 망쳤다"고 한숨을 지었다.
'콩레이'가 휩쓸고 간 전남에서는 보성, 광양, 영광 등 곳곳에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앞으로 농가 피해 신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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