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서 9이닝 4피안타 1실점…시즌 12승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차우찬(31·LG 트윈스)은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에 등판한 투수처럼 비장했다.
9회말 위기에서도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는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며 안심시켰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뒤에도 그는 크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대신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차우찬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6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수확했다.
차우찬의 완투승은 개인 통산 3번째이며,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10년 9월 26일 잠실 LG전 이후 2천932일 만이다.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것만큼 잠실 라이벌인 두산을 상대로 올해 한 판도 이기지 못한 게 심각한 문제였다.
류중일 LG 감독은 이날 차우찬을 선발로 예고하면서 임찬규와 김대현 등 선발 요원이 불펜 투수로 등판할 수도 있다며 총력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차우찬은 '장판파 장비'처럼 홀로 마운드를 지킨 채 두산 타자를 하나둘 돌려세웠다.
백미는 3-1로 앞선 9회말이었다.
차우찬은 2아웃까지 쉽게 잡은 뒤 박건우에게 안타를 맞고 리그 홈런 1위 김재환과 마주했다.
김재환과는 바깥쪽 위주로 조심스럽게 대결을 벌인 끝에 볼넷을 내줬고, 양의지를 상대로는 제구력이 흔들려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주자는 만루, 이때 차우찬의 투구 수는 127개로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안타 한 방이면 최소 동점이 될 위기에서 차우찬은 대타 김재호와 끈질긴 대결을 벌였고,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포크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9이닝 134구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이 차우찬의 이날 성적표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7㎞까지 찍었고,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은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춤을 췄다.
LG는 차우찬의 역투를 앞세워 3-1로 승리하고 두산전 17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차우찬은 경기 후 "올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경기에서 이겨서 다행"이라며 "팀이 두산전에 성적이 안 좋았는데 승리해 기쁘다. 내년에 짐을 하나 덜어낸 것 같다"고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경기로 차우찬의 시즌 성적은 12승 10패 170이닝 136탈삼진 79볼넷 평균자책점 6.09가 됐다.
경기 초반 투구 수를 성공적으로 조절한 덕분에 9회까지 던졌다고 말한 그는 "올해 개인과 팀 성적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몸 관리 잘해서 내년 준비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차우찬은 "시즌 후반까지 찾아와서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류중일 LG 감독은 "9회 정찬헌과 바꿀까 했는데, 본인이 끝까지 해보겠다고 해서 맡겼다"며 마지막까지 투수를 교체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많이 던지게 해서 미안하다"며 "끝까지 버텨준 덕분에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며 차우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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