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주 종목 에페서 메달 도전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동칠 기자 = 한국 장애인 휠체어펜싱의 대들보 심재훈(30·GKL)이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심재훈은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프키 시부부르에서 열린 대회 휠체어펜싱 플뢰레 개인전(장애등급 A) 준결승에서 홍콩의 청멍차이에 10-15로 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휠체어펜싱 개인전에서 3-4위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는 규정에 따라 심재훈은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재훈은 앞서 8강에서 일본의 사사시마 다카키를 15-10으로 꺾고 4강에 오르면서 처음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동매달을 확보했다.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서는 심재훈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라는 말에 "그러냐"고 반문하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심재훈은 "지고 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첫 메달이라니 마음이 누그러진다. 조금 더 잘해서 금메달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즐기던 그는 23세 때 공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에게서 일을 배우다 사고를 당했다. 50톤 중량의 물체가 다리를 짓누르면서 두 다리를 잃었던 것.
과다 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심재훈은 괴로움을 딛고 일어섰다.
사고 이전 6~7년간 꾸준하게 해 검도 3단인 심재훈은 장애인 스포츠 중 유일한 무도 종목이라는 문구를 보고 휠체어펜싱을 시작했다.
검도를 한 경험 덕분인지 심재훈은 빠르게 성장했다. 휠체어펜싱을 시작한 2015년 국가 지원을 받는 신인 선수로 뽑힌 심재훈은 이듬해 곧바로 국가대표가 됐고, 올해 5월에는 월드컵 대회에서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휠체어펜싱 사상 처음이었다.
그는 "장애인 체육에서 유일한 무도 종목이 펜싱이라고 해 관심을 두게 됐다. 처음 했을 때 공격하는 타이밍을 잡는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장애를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이 가슴을 뛰게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국제종합대회에 나선 그는 "자카르타 오기 전부터 굉장히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국제종합대회라 정말 다양한 종목이 있고, 아시안게임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첫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 기쁘다"고 전했다.
그의 주 종목은 플뢰레가 아닌 에페다. 주 종목이 아닌 종목에서 메달을 따며 기분 좋게 출발한 셈이다.
심재훈은 "주 종목이 아닌데도 메달을 땄으니 출발이 좋다고 생각한다. 에페가 주 종목이니 더 열심히 해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에페에서 중국, 이라크 선수들이 강하다. 늘 꼭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8일 나설 남자 플뢰레 단체전은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다.
심재훈은 "다른 팀원들과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 함께 목에 걸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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