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이는 재공연 돼야…선순환 구조 구축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현대무용이나 국악 등 관객층이 얇은 장르에서도 최근 히트 작품이 속속 등장한다.
초연 이후 무대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비인기 공연 장르에서도 꾸준히 재공연되는 '레퍼토리화' 가능성을 엿보는 모양새다.
우선 오는 18~2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창극 최초로 5년 연속 공연 작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4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81회 공연을 통해 관객 약 3만6천명을 동원했다.
기존 창극은 어르신들이나 보는 공연이란 인상이 강했지만 이 작품은 고전의 해학과 골계미를 현대에 맞게 다듬었다는 말을 듣는다.
창극단 최초로 '18금 창극'이란 수식어를 내세우며 웃음을 자극하는 성적 코드도 과하지 않게 담아냈다.
국립창극단은 "고선웅 연출과 한승석 음악감독은 이 작품을 5년을 넘어 10년 그 이상 공연하는 레퍼토리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12~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 '쓰리 볼레로'도 흔치 않은 현대무용 재공연 레퍼토리다.
작년 초연한 이 작품은 현대무용 장르로는 흔치 않은 중형 규모 극장 매진을 기록했다.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이라는 세 명의 걸출한 안무가를 한데 모아 화제를 모은 데다가 라벨의 '볼레로'를 세 안무가만의 참신하면서도 수준 높은 춤 문법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호평받았다.
1년 만에 재공연임에도 매표율이 높아 1회차 공연이 추가된 상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현대무용의 레퍼토리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부터 '스텝업' 시리즈도 선보인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존 무용 창작물에 국립현대무용단의 지원·보완 작업을 거쳐 보다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로 재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은 "현대무용은 공연으로 돈을 번다는 개념이 없다 보니 초연하고 웬만하면 다시 무대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용의 레퍼토리화'는 참으로 요원한듯하지만 '스텝업'을 구상하면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제작 공연 '꼭두'도 오는 11월 16~24일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재공연을 앞뒀다.
국악 단일 공연으로는 12억5천만원이라는 큰 제작비가 투입됐고, 중화권 스타 탕웨이 남편이자 영화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국악 공연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국악 공연에 영화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기존 국악 팬 이외의 관객들을 끌어모으며 작년 10월 초연 당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꼭두' 공연을 영화적으로 해석한 '꼭두 이야기'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재공연을 통해 공연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다시 관객이 찾고, 그 힘으로 또 재공연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며 "공연의 레퍼토리화, 브랜드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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