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훙웨이 부인 기자회견 "남편에게서 위험상황 뜻하는 메시지 받아"
中 공산당 감찰기구 "법 어겨 조사 중" 웹사이트에 짧게 발표…의구심 증폭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본국인 중국에 출장을 간다고 하고 행방불명된 인터폴(Interpol) 총재의 부인이 남편이 실종 직전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부인의 기자회견 직후 인터폴 총재인 멍훙웨이(孟宏偉·64)가 법을 어겨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의 부인 그레이스 멍은 7일(현지시간)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준비한 원고를 꺼내 남편이 출장을 간다면서 집을 나간 직후인 지난달 25일 남편으로부터 칼 모양의 이모티콘을 메시지로 받았다고 밝혔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을 의미하는 이 메시지를 받기 몇 분 전에는 "내 전화를 기다리라"라는 문자도 받았다고 했다.
멍 총재 부인은 남편이 북유럽 국가들을 다녀온 뒤 출장차 중국에 갔다면서 "그는 매우 바쁜 사람이지만 우리는 매일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멍 총재의 부인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뒤로 돌아선 채 울먹이면서 준비한 원고를 중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읽었고, 사진 촬영도 허락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찰조직인 공안(公安)의 부부장을 지낸 뒤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에 선임된 멍훙웨이는 지난달 25일 중국에 출장을 간다면서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프랑스 경찰은 멍 총재 부인의 실종 신고를 받은 뒤 수사를 개시했으며, 현재 부인과 2명의 자녀를 보호 중이다. 멍 총재 부인은 남편의 실종 보도가 나온 뒤 소셜네트워크(SNS) 등에서 협박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영어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에 도착한 멍 총재가 공항에서 바로 당국에 연행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는 사실로 드러났다. 멍 총재 부인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중국 정부에서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웹사이트에서 멍 총재가 법을 위반해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당국은 그러나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인터폴의 실질적인 행정을 총괄하는 위르겐 스톡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인터폴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공식적인 법 집행 채널을 통해 중국 당국에 멍 총재의 상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폴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의 약칭으로 국제 범죄의 신속한 해결과 각국 경찰의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프랑스 제3 도시인 리옹에 본부가 있다.
앞서 그가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6년 인터폴 총재에 선임됐을 당시 국제인권단체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인터폴 1인자라는 멍 총재의 지위를 이용해 해외의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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