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류현진과 프라이스, 가을에 드러나는 '강심장'과 '새가슴'

입력 2018-10-08 09:57  

[천병혁의 야구세상] 류현진과 프라이스, 가을에 드러나는 '강심장'과 '새가슴'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제2선발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33)가 결국 불펜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8일(한국시간) 현지 인터뷰에서 "프라이스를 이후 경기부터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정규시즌에서 16승7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한 프라이스는 올해 연봉이 무려 3천만 달러나 되는 특급선수다.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던 2012년에는 20승 5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사이영상을 받았고 다섯 차례나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일 열린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는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맞는 등 3안타와 볼넷 2개로 3실점한 뒤 강판당했다.
투구 수가 42개에 불과했지만, 프라이스를 믿지 못한 코라 감독은 2회가 끝나기도 전에 교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라이스는 그동안 선발로 나선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통산 1승도 건지지 못하고 9패, 평균자책점 6.03을 기록하며 극도로 부진했다.
그나마 구원투수로는 8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2009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활동한 프라이스는 2017년을 제외하고 매해 두 자리 승수를 올리는 등 통산 143승(75패)을 거뒀다.
그렇지만 가을만 되면 극도로 부진한 탓에 '새가슴'이라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클레이턴 커쇼 대신 류현진을 1선발로 낙점한 데이브 로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한마디로 '빅게임 피처'라고 했다.
시즌 막바지부터 류현진을 "큰 경기에 강한 투수"라고 여러차례 언급했던 로버츠 감독은 커쇼 대신 류현진을 선봉에 내세우는 이유로 "휴식일을 맞추기 위한 등판 일정"이라고 말하면서도 포스트시즌에 약한 면을 보인 커쇼보다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큼 과감했던 류현진의 1선발 기용은 로버츠 감독의 희망처럼 대성공으로 끝났다.
류현진이 등판한 1차전 경기를 현지 해설한 명예의 전당 회원 존 스몰츠는 "류현진이 마치 포수와 공놀이하듯이 필요한 만큼의 힘으로만 던진다"라면서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저렇게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없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스포츠계에서는 큰 경기에서 잘하는 선수를 '강심장', 못하는 선수는 '새가슴'이라고 부른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1985년 양키스의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팀의 간판타자인 데이브 윈필드가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하자 "레지 잭슨은 어디에 있나. 우리는 '미스터 옥토버(Mr.October)'가 필요하다. 윈필드는 '미스터 메이(Mr.May)'에 불과하다"며 여과없이 선수를 질타했다.
잭슨은 1970년대 양키스의 간판타자로 월드시리즈마다 맹활약했던 슈퍼스타다.
잭슨이 팀을 떠난 뒤인 1981년 양키스는 윈필드와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2천300만 달러에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윈필드가 정규시즌에는 잘했으나 정작 가을야구에서 부진하자 구단주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국내 KBO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나는 선수와 유독 부진한 선수들이 교차하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박정권은 2007∼2011년 'SK 왕조'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가을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로야구 초창기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해태(KIA의 전신)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만 되면 선수 전원이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던 모습이 아직도 올드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올가을에는 어느 팀, 어떤 선수가 '미스터 옥토버'의 영예를 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shoele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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