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군 최고사령관, 소수민족과의 협상에 첫 동행…수차례 비밀회동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하거나 두둔한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는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로힝야 학살의 책임자로 지목된 군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저 타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오는 15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수치 자문역과 소수민족 반군 지도자의 회합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수치 자문역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내전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한 행사로 미얀마 정부 주도의 평화협정에 합의한 소수민족 대표들이 참석한다.
특히 일부 소수민족 반군과 아직도 내전을 치르는 군부 최고지도자가 정부 대표, 소수민족 반군 대표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미얀마 정부는 여기에 더해 군 최고사령관의 회의 참석을 정부-군부의 원만한 관계로 해석했다.
저 타이 대변인은 "수치 자문역과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이 회의에 나란히 참석하는 것은 민간정부와 군부의 관계가 좋다는 의미"라며 "양측 관계가 좋지 않다면 왜 그가 회의에 나오겠는가"고 반문했다.
이는 '로힝야족 학살'의 책임자로 지목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을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속에 문민정부 수장인 수치와 군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수치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로힝야족 학살 주장을 반박해왔지만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 아세안 지역회의에서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당시 상황에 좀더 잘 대처할 방법이 있었다"며 군부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수치의 발언 이후 군부와 정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저 타이 대변인은 수치 자문역과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이 여러 차례의 별도 회동을 통해 로힝야 학살 문제 해결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록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두 지도자가 별도로 만나 국제형사재판소(ICC) 문제는 물론 로힝야족 위기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자 면담 이외에도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별도 회의도 열렸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탄압문제를 조사해온 유엔 진상조사단은 지난 8월 최종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인종청소 의도를 품고 대량학살과 집단성폭행을 저질렀다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다른 다섯 명의 장성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과 잔혹 행위 등을 조사하고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패널 구성 결의안을 지난달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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