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쓴 두 여인, 초인이 되다…'미스 마'와 '나인룸'

입력 2018-10-10 07:00  

누명 쓴 두 여인, 초인이 되다…'미스 마'와 '나인룸'
복합감정 그려내는 김윤진과 극 자유자재로 끌고 가는 김해숙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누명은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부르기도 한다.
SBS TV 토요극 '미스 마:복수의 여신' 속 미스 마(김윤진 분)와 tvN 주말극 '나인룸' 속 장화사(김해숙)가 그렇다.



◇ 딸 죽인 엄마가 된 고통, 34년간 복역한 억울함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미스 마는 남 부럽지 않게 누리고 살던 여인이었지만,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9년간 옥에 갇힌다.
딸을 잃은 슬픔과 누명을 썼다는 고통에 맞닥뜨린 미스 마이지만 그는 좌절하고 울부짖기보다는 딸 살해 목격자를 찾기 위해 치밀하게 탈옥을 계획, 성공한다. 웬만한 정신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지만 '엄마'의 한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끊임없이 목을 죄어오는 형사 한태규(정웅인)와 맞닥뜨렸을 때도 미스 마는 괴력을 발휘하며 그를 제압, 단 한 마디를 남긴다. "난 죽이지 않았어."
미스 마는 추리소설 작가로 신분을 위장한 뒤 고급 주택 단지인 무지개마을에 머물며 은밀하게 목격자를 찾는다. 마을의 사건·사고를 해결해주는 것은 덤이다.
물론 그 어떤 순간에도 미스 마는 동요하지 않는다. 원작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미스 마플' 속 미스 마플처럼 차분하게 앉아 뜨개질하며 다음 수에 골몰할 뿐이다. 결국 그 차분함과 인내가 그를 구할 것이고, 통한의 눈물은 그다음이다.



'나인룸' 장화사는 무려 34년을 복역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추영배 세코날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탓이다.
그러나 사실 장화사는 산해상사 경리 출신으로 산해상사 창업주 기세웅의 버려진 아들 추영배의 타깃이 됐을 뿐이다. 출생부터 불행한 추영배를 연민하고 사랑했지만 결국 그의 배신으로 살인죄를 뒤집어썼다.
인생이 끝나가는 줄 알았던 장화사는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와 만났고, 초과학적인 현상에 의해 그와 영혼이 뒤바뀌었다.
젊고 아름답고 돈 많은 을지해이가 된 그는 34년간 쌓인 배고픔을 느끼며 폭식하고서 깨닫는다. "을지해이는 신이 허락한 마지막 구명보트다."
결국 장화사는 을지해이의 신분과 능력을 자신의 누명을 벗고 추영배를 잡아 진실을 밝히는 데 쓰기로 다짐한다.
이렇듯 두 인물 모두 누명을 쓰고 극한의 상황에 몰리자 스스로 초인이 되거나, 초자연적 현상에 의해 돌파구를 찾았다. 절실히 구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 셈이다.


◇ '할리우드 배우' 김윤진과 절륜한 '국민 엄마' 김해숙
얼핏 보면 새롭지 않은 소재에, 앞이 쉽게 예상되는 두 작품을 시쳇말로 '하드캐리'(대활약)하는 것은 역시 미스 마 역 김윤진과 장화사 역 김해숙이다.
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다 19년 만에 국내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윤진은 절절한 모성과 치밀한 추리, 용의주도한 복수라는 복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완벽한 '미스 마'로 변신했다.
김윤진은 첫 방송부터 딸을 잃고 누명을 썼을 때의 처절한 모습과 차가운 시선으로 사건·사고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탐정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작품 자체는 연출이 다소 뚝뚝 끊기고 세련되지 못한 흐름을 보였지만, 김윤진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초반부터 시청자 눈을 사로잡았다. 시청률 역시 첫 방송에서 9.4%(닐슨코리아)까지 기록하며 10% 돌파를 코앞에 뒀다.
김윤진은 작품 출연에 앞서 "미스 마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진범을 잡으려는 과정에서 무지개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긴박하고 가슴 아픈 사연이 있지만, 따뜻한 정서도 함께 담겨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섬세한 표현력으로 미스 마가 변해가는 모습까지도 복합적으로 그려낼 그의 연기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최고 연기력을 보여주며 '국민 엄마'로 불리는 김해숙 역시 '나인룸'을 가장 앞장서서 끌고 가는 주체다.
안방극장에서 주로 엄마를 연기한 김해숙이 누명 쓴 사형수로 변신한 것은 배우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새로운 실험으로 느껴진다. 김해숙 역시 "1인 2역이 흥미로워 흔쾌히 출연했지만, 생각보다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 했다.
그러나 배우의 걱정과 달리 김해숙은 첫회부터 극 무게감과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베테랑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김해숙은 누명 쓴 사형수로 체념한 듯 옥에 갇힌 모습과, 이기적이고 때로는 표독스럽기까지 한 을지해이의 영혼이 들어간 모습에서 그야말로 1인 2역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장화사 탈을 쓴 을지해이를 연기할 때는 김해숙이 작품 전부터 김희선을 얼마나 유심히 관찰했는지도 느낄 수 있다.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극의 '투톱' 중 한 명으로서 작품을 꽉 채울 그는 화면 속 카리스마와 달리 제작발표회에서는 농담으로 '여유'까지 과시했다. "실제로도 김희선과 영혼이 바뀌었으면 해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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