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간담회서 분통…"악마의 소굴에 아이를 떠밀었다는 생각"
교육부·병무청, 특수학교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사회복무요원들의 장애학생 폭행 혐의가 불거진 서울인강학교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소극적인 대처와 사건 은폐 의혹을 질타했다.
학부모들은 폭행 의혹에 대해 교사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기만 했다며 이번 사건이 사회복무요원 개인의 일탈 문제라기보다는 폭행을 훈육으로 인식한 교사들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서울 도봉구 서울인강학교에서 열린 교육당국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 학교 학부모 김희숙 씨는 아이가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된 과정에서 교사들의 대응 태도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저희 아이가 산만하고 말을 안 들으니 순간적으로 (화가 나) 그랬나보다 생각하고, (그 사회복무요원도) 앞길이 구만리이니 선처하고 싶다고 했었다"고 운을 뗐다.
김 씨는 이어 "그런데 6월에 제보가 들어왔는데도 선생님들이 (오히려 제보자에게) '좀 조용히 지내면 안 되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폭행당해 고막이 터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며 "처음 제보가 들어왔을 때 받아들여졌다면 아이가 몇 개월을 이렇게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박혜숙 학부모회장은 "자폐 아이 같은 경우는 자해한 곳을 집중해서 때렸다는데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괄시했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들이 그대로 배운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선생님들은 (폭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다른 기관에서 다쳐 왔는데 (부모님이) 꼼꼼히 못 보신 것 아니냐고 했다"며 "이렇게 자질 없는 교사들을 믿고 아이를 맡긴 자신이 죄스럽고, 엄마들이 악마의 소굴로 아이를 떠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 이난숙 씨는 "손대는 걸 훈육이라고 생각하고 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선생님들이 엄정하게 대처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얘 좀 어떻게 해봐'라고 아이들을 떠넘기고, 사회복무요원들이 때려도 눈감아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특수교육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을 학교에 배치한 병무청과 교육 당국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사회복무요원을 무분별하게 학교에 투입해 장애학생을 맡긴 교육당국과,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학교 구성원이 만든 참사"라며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서울인강학교의 공립학교 전환 등을 촉구했다.
서울인강학교는 인강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다. 앞서 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재단에는 2015년부터 서울시 임시이사가 파견돼있다. 학교 교장·교감은 채용비리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이승헌 인강학원 이사장은 "6∼7월 문제를 확인하고 교육청에 감사 요청을 했는데 교사들의 민원 제기로 감사 과정에서 교사 비위 행위가 다뤄지지 않았다"며 "오늘 교육청에 재감사를 요청했고, 교사에 의한 (폭행) 사례가 없는지 서울장애인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단순히 관리자 몇 명을 교체하는 것보다 학교를 공립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한 협의 요청 공문도 교육청에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병무청은 서울인강학교에서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전원을 다른 기관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김태화 병무청 차장은 "특수학교에는 복지 관련 전공자를 우선 배치하는 등 우수한 자원을 배정하고 있는데 직무교육이 미흡했다"며 "직무교육을 보강하고 요원들을 관리하는 복무지도관도 계속 확충하는 한편, 공익신고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육부는 병무청과 함께 서울인강학교 재학생 127명의 피해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특수학교 150곳의 실태도 전수조사한다. 이달 현재 전국 특수학교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은 1천460명이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장애학생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의 정기 현장지원과 특별지원을 강화하고, 특수학교에 상시 근무할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 또는 장애학생을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상담사를 늘릴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언어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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