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군경 복구작업 적극 지원…인근 지자체·농협, 성금과 물자 지원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걸 뭐 어떻게 하겠능교. 포기하지 뭐."
9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에서 만난 세탁소 업주 A(60)씨는 체념한 듯 힘없이 말했다.
영덕은 지난 6일 태풍 '콩레이'로 많은 비가 내려 큰 피해가 났다. 강구시장에는 한때 2m 가까이 물이 차 피해를 안 본 집이 없을 정도다.
A씨 세탁소 세탁기는 모두 침수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세탁기 전기시설이 물에 젖으면 쓸 수 없다고 했다.
세탁소 한쪽에 마련된 부엌 가전제품도 모두 물에 젖어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손님이 맡기고 간 옷 일부가 엉망이 된 일이 A씨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천장 쪽에 걸어놓은 옷 빼고는 다 못쓰게 됐다"며 "지금까지도 혼이 나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영덕에 태풍이 휩쓸고 간 지 만 3일이 지나면서 피해 지역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영덕군은 동원할 수 있는 쓰레기차를 모두 동원해 모아 놓은 쓰레기를 실어나르고 있다. 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와 군인, 경찰 등은 못 쓰는 가구를 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LG전자와 삼성전자에서 나온 수리봉사팀은 강구시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서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가전제품을 수리했다.
강구시장을 가득 메웠던 쓰레기도 대부분 치웠다. 주민들은 물이 빠진 집에서 못 쓰게 된 물건을 밖으로 빼내고 가재도구를 씻어 말리느라 분주했다.
집마다 말리기 위해 내놓은 빨래가 널려 있었다.
그러나 큰 골목 외에 작은 골목은 여전히 버린 가구와 잡동사니가 가득했고 악취가 풍겼다. 물이 빠진 뒤 흙이 말라붙은 곳도 많았고 침수돼 아직 수리하지 못한 차도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강구농협 하나로마트와 주유소는 문을 닫고서 쓰레기를 치우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워낙 피해가 큰 탓에 영덕지역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민 B씨는 "이것을 다 치우려면 며칠 더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삶의 터전이 폐허로 변하면서 주민과 상인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식당업주 C씨는 "가전제품, 가구, 식자재 등을 모두 멀쩡한 것이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일 장날인 영덕읍 내 영덕시장은 오가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이곳 역시 상가 73곳이 침수됐다. 한 식당은 장날임에도 내부 집기를 씻어내느라 분주했다.
한 상인은 "상황이 이런 데 누가 장을 보러 오겠느냐"며 "그나마 시장 안 상가는 조금 지대가 높아 피해가 덜했다"고 전했다.
영덕군에 따르면 태풍 콩레이로 영덕에선 1명이 숨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시설물 피해는 공공시설 292건, 사유시설 1천128건이다. 주택 1천113곳이 침수됐고 2곳이 절반가량 파손됐다.
농경지 300㏊가 침수됐고 5㏊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어선 12척이 모두 파손되고 1척이 사라졌다.
현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 217명은 관공서와 교회, 마을회관, 경로당 등에서 지내고 있다.
태풍 콩레이로 피해를 본 영덕군민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구호물자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이강덕 포항시장이 영덕군청을 방문해 성금 1천500만원, 포항시새마을회는 김치 500상자와 새마을방역차량 2대를 지원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성금 5천만원을 기탁했고 고윤환 문경시장은 축산면을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고 피해주민을 위로했다. 9일에는 최기문 영천시장이 600만원 상당 라면과 휴지를 전달하고 트럭 2대를 복구현장에 지원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태풍피해를 신속히 복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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