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시 비핵화 '진정성' 국제사회에 알리는 효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이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협의때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풍계리 핵시험장 사찰단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국제기구가 개입할지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올들어 '완전한 비핵화'를 공약한 북한이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관리하는 국제기구 요원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일 경우 그 자체로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팀의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할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조만간 진행할 실무 협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국 전문가만으로 사찰단을 꾸릴지, 중국·러시아 등 핵을 보유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전문가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포함할지 등이 현재로선 미지수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된 유엔기구로, 핵분열 물질이 군사적 목적에 전용되는 것을 막고 핵 안전시설의 설치와 관리 지원, 안전기준 마련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IAEA는 1990년대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추출된 무기급 플루토늄의 신고량과 실제 추출량 간의 '불일치'를 밝혀낸 바 있어 북한으로선 이 기구와 '악연'이 있는 셈이다.
'IAEA 의무 불이행국'으로 분류되는 북한이 IAEA 관계자를 받아들인다면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보이는 한편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국제사회 검증을 받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AEA 인사의 사찰단 참여를 수용한다면 2009년 영변 핵불능화 모니터링팀 추방 이후 9년여 만에 IAEA 인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다만 IAEA는 핵무기 비(非) 보유국의 평화적 핵이용을 감시하는 기구로, 핵 물질과 핵 시설에 대한 검증이 주 업무이기에 핵무기 관련 사항인 핵실험장 사찰은 그 역할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유엔 안보리에서 결정해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절차와 IAEA 이사회의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전문가 파견까지 수주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사찰단을 조기에 파견하려 할 경우 시간적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핵실험장 사찰은 IAEA보다 CTBTO의 업무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CTBTO는 유엔이 1996년 핵실험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하며 발족한 핵실험 감시기구다. 이 기구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은 지난 8월 방한 때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당시 CTBTO도 참관하고자 북한 당국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제르보 총장은 21세기 유일한 핵실험국인 북한이 CTBT에 서명하고 비준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북한이 이번에 CTBTO 관계자를 풍계리 핵실험장에 초청할 경우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TBT에 서명하고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이 과연 CTBTO 인사를 사찰단에 포함시킴으로써 CTBTO에 힘을 실어주려 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북한이 IAEA와 CTBTO의 전문가를 수용하더라도 시료 채취 등 심도있는 검증 활동까지 허용할지는 미지수라는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일단 미국 측이 발표한 이번 풍계리 사찰의 목적은 '핵실험장의 불가역적 해체 확인'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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