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문화재 익안대군 초상화 18년만에 제자리로(종합)

입력 2018-10-10 11:41   수정 2018-10-10 11:46

도난문화재 익안대군 초상화 18년만에 제자리로(종합)
1734년 그린 이모본…논산 전주이씨 종중으로 귀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00년 1월 무렵 충남 논산 전주이씨 종중 영정각에서 사라진 '익안대군 영정'(충남문화재자료 제329호)이 18년 만에 제자리로 간다.
문화재청은 절도범이 빼돌린 뒤 중간거래상을 거쳐 일본에 갔다가 한국에 돌아온 익안대군 영정을 최근 환수해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종중에 반환했다.
이석희 종회장은 반환식에서 "관리 소홀로 영정을 잃어 조상과 후손에게 큰 죄를 지었는데, 이렇게 영정을 돌려받게 돼 매우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오동나무로 새롭게 제작한 영정함을 이 종회장에게 건네면서 "돌아가신 조부가 돌아온 것처럼 기쁘다"며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의 끈질긴 노력과 국민 협조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거래상이 2000년 7월 장물임을 숨기고 다른 이에게 판매하기 위해 일본에 그림을 보냈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거래상이 또 다른 문화재 유통업자를 통해 그림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한 반장은 "관련자가 모두 입건돼 사건이 종결됐으나, 익안대군 영정에 계속 주목했다"며 "지난해 영정이 국내에 남아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1년간 설득한 끝에 소장자로부터 환수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익안대군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와 신의왕후 사이에 태어난 셋째 아들 이방의(1360∼1404). 조선 제2대 임금 정종 동생이자 제3대 왕 태종 형이기도 하다.
이성계 아들 중 야심이 작다고 알려졌으나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이방원을 도와 정도전 세력을 제거했고, 이방원이 실권을 장악한 뒤에는 동생 이방간과 함께 개국공신 1등에 추록됐다.
실록에는 성질이 온후(溫厚)해 화미(華美)한 짓을 일삼지 않으며, 손님이 이르면 술자리를 베풀어 문득 취해도 시사(時事)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종 3년(1421)에는 공덕을 기리는 칭호인 시호(諡號)를 안양공(安襄公)으로 정했다. 화목하여 다투지 않는 것을 안(安), 전쟁에 공로가 있는 것을 양(襄)이라 했다.



이 초상화는 관리들이 착용하는 모자인 사모를 쓰고 붉은색 관복을 입은 전신을 묘사했다. 손은 관복 안에 넣었고, 발은 족좌대 위에 두었다. 그림 크기는 가로 82㎝·세로 168㎝이며, 비단 바탕에 섬세한 화필로 채색한 점이 특징이다.
영조 10년(1734)에 도화서 화원 장만득이 그 이전 그림을 보고 제작한 이모본(移模本)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전문위원인 정진희 문화재감정관은 "조선 후기 작품이지만, 정확하게 언제 누가 그렸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며 "조선시대 사대부 초상화의 전형적 형식과 화법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정 감정관은 "조선 전기에는 전신상, 후기에는 반신상이 많다"며 "음영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선으로 얼굴과 옷을 표현한 점도 조선 전기 회화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 전기 공신 초상화 도상이 매우 한정적인 상황인데, 보존 상태가 양호한 그림을 찾아 의미가 크다"며 "국립광주박물관이 소장한 이천우 영정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천우(?∼1417)는 익안대군과 사촌형제로, 이천우 영정도 조선 초기에 완성됐으나 현전하는 그림은 18세기에 모사됐다.
문화재청은 익안대군 영정에 대해 "부자지간인 태조 어진(御眞·임금 초상화)과 용모를 비교하고, 형제인 정종·태종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정재숙 청장은 "문화재는 민법상 선의취득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도난품임을 모르고 구매해도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는 절도는 물론 (도난문화재는) 거래도 안 된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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