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환경 변화에 대응" vs "사업구조 재편이 선결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SBS가 드라마본부를 분사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SBS는 앞서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한 '비전2020'에서 경쟁력 하락과 광고시장 위축으로 적자 구조 전환이 우려되는 만큼 드라마, 예능 등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 분야를 밖으로 빼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CJ ENM에서 떨어져 나온 스튜디오드래곤이 시가 총액 2조 8천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이른바 '스튜디오 모델'이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다른 방송사들도 이러한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지상파로서는 최근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드라마와 예능 등 '대작'이 줄줄이 탄생하는 가운데 광고시장 위축, 노동시간 단축 등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려면 독립된 스튜디오 설립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SBS 드라마본부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우리의 경우 기존 본사 연출자들이 연출 기능을 하고, 제작과 기획은 스토리웍스에서 맡아 콘텐츠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스튜디오 모델을 도입해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를 키우고, 여러 제작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연출 등 사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실제로 드라마본부를 분사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이날 발행한 노보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반화되는 독립 스튜디오 설립 모델을 더는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존 지주회사 체제의 사업구조를 해결한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기존의 문제적 지주회사 체제 사업구조가 온존할 경우 분사 후 SBS는 드라마 콘텐츠 유통과 제작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SBS 핵심 기능을 뽑아내 주주들 배만 불리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그러면서 "분사 추진에 대한 조합의 동의와 협조를 유지하고 끌어내려면 사업구조 재편은 필수적 선결과제"라며 "구체적인 고용 안정 방안 역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SBS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수년에 걸쳐 조금씩 역할 분담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는 또 이달 중순부터 드라마본부 분사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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