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장판·전기설비 기술자 태부족…'고소하다' 악성 댓글도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무관심해도 됩니까. 서울에 피해가 났어도 이럴까요"
태풍 '콩레이'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영덕군민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지난 6일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 영덕지역에는 주민 1명이 숨지고 주택 1천113채가 침수됐다. 주택 1채는 절반가량 부서져 제 기능을 잃었다.
어선 12척이 모두 파손됐고 1척은 아예 찾지 못하고 있다.
농경지 300㏊가 물에 잠겼고 5㏊는 흙과 돌에 파묻혔다. 도로 27곳, 하천 20곳, 수리시설 22곳, 상하수도 42곳 등 공공시설 247건도 피해를 봤다.
영덕읍과 강구면, 축산면 저지대에는 멀쩡한 집이나 상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는 아직도 곳곳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고 길바닥 흙탕물을 쓸어내고 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이 많고 집에서 잘 수 없어 공공시설에서 지내는 주민도 200명이 넘는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영덕군은 1991년 328㎜ 폭우로 193억원의 피해가 난 태풍 '글래디스'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본다.
영덕군의 경우 특별재난지역 기준 피해액이 60억원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한 것만 해도 특별재난지역 기준을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덕 피해에 대한 국민 관심은 적다.
이곳에는 하루 2천명 안팎의 자원봉사자나 군, 경찰, 소방 관계자가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침수된 주택을 보수하려면 도배, 장판, 전기설비 분야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장에는 전문기술자나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군민들은 경기 고양에서 발생한 저유소 폭발·화재에 밀려 영덕 태풍 피해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오히려 인터넷에는 수재민을 비웃거나 대게를 먹기 위해 영덕을 찾았다가 바가지요금에 시달려 고소하다는 식의 악성 댓글이 난무한 상황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달려와 얼굴을 내밀던 정치인이나 각 부처 장·차관 발길도 뜸하다.
영덕군 관계자는 "태풍이 수도권에서 먼 영덕에서 큰 피해가 발생해 언론이나 국민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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