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형을 대체할 적절한 형벌만 있다면 사형제를 폐지하는 데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16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인 10일 공개한 '사형제도 폐지와 대체 형벌에 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 형벌을 도입을 전제로 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이 66.9%에 달했다. 대체 형벌(중복응답)로는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병행이 78.9%로 가장 많이 거론됐고, 이어 무기징역(43.9%),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38.0%)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의 결과를 보면 한국도 이제 대체 형벌 도입을 통한 사형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해 볼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다.
사형제 폐지 찬성 이유(중복응답)로는 '오판 가능성'(22.7%),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17.7%),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14.3%) 등이 나왔다. 찬성 응답자들이 사형제에서 있을 수 있는 오판과 국가의 인간 생명 경시를 가장 우려했다는 의미다. 국가가 사형제 폐지를 결정할 경우 반응으로 '받아들이겠다'(45.5%)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소극적(37.0%)이든 적극적(10.5%)이든 '반대 의사를 나타내겠다'는 답변이 47.5%로 수용 비율을 능가해 사형제 폐지가 쉽사리 추진될 일이 아님도 드러났다.
한국은 법률상 사형제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 이후 21년째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국가인권위는 한 걸음 나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정부의 사형집행 중단 방침을 공식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2017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6개국,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36개국이다. 전 세계 198개국 중 3분의 2를 훨씬 넘는 142개국이 법률적 또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종교·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독립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도 2005년 국회의장에게 사형제 폐지 의견을 표명했고, 2009년에는 헌법재판소에도 같은 입장을 제출했다. 다만 정부는 "사형제도 폐지 여부는 국가 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사형의 형사 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 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재도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권과 생명 존중을 이유로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정부와 국회, 종교·사회단체 등이 나서 대체 형벌 도입과 사형제 전면 폐지를 활발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가 앞으로 관련 토론회 등을 많이 열어 논의를 주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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