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2인자인 프란스 팀머만스 수석부위원장(57.네덜란드)이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의 후임 선출 경쟁에 뛰어들었다.
11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10일 네덜란드의 한 카페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EU 중도좌파를 대표해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것임을 선언하면서 현재 EU가 '무절제한 은행가들과 고립주의적 미국, 그리고 공격적인 중국과'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외교장관을 지낸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EU가 외부의 도전에 직면한 이 중요한 시기에 자신이 EU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집행위원장 출마 결정을 내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내년 5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는 이민과 주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포퓰리스트들과 친 통합주의 정당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차기 집행위원장은 EU 통합에 적대적인 의원들이 최대 3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는, 어느 때보다 분열된 유럽의회를 상대해야 한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유럽의 가장 저명한 중도좌파 정치인으로 지난 4년간 집행위 수석부위원장으로 EU의 법치 원칙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법치 원칙을 훼손하려는 폴란드 우파 정권과 맞서면서 유럽회의주의 세력들로부터 국가 내정에 간여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집행위원장 출사표를 통해 민족주의 세력에 맞서 유럽 가치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유럽 온건 좌파 전통에 따라 EU 내 국경개방과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과도한 자본주의와 중국의 보호주의, 도널드 트럼프(미국)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의 일방주의적 접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집단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그러나 좌파 대표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좌파 진영의 내부 경선을 거쳐야 한다.
현재 그의 경쟁자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같은 집행위의 마로슈 세프쵸비치 교육, 훈련, 문화 담당 집행위원으로 더욱 널리 알려진 피에르 모스코비치, 페데리카 모게리니 집행위원 등은 집행위원장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
유럽의회 사회당 진영 내부소식통들은 오는 12월 내부 경선에서 이미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북구국 사회당 진영의 지지를 받는 팀머만스 부위원장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선거에서 좌파진영이 현재보다 70석 이상을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좌파가 2019년 이후에도 집행위원장직을 차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이 속한 네덜란드 노동당도 지난해 국내 선거에서 참패했다.
한편 유럽 중도우파 진영에서는 알렉산더 스툽 전 핀란드 총리 등이 유력시되고 있다. 중도우파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아직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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