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억만장자 대 억만장자'의 대결,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가 사상 최대 돈 잔치 기록을 깰 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수천억원대 개인 돈을 선거전에 퍼부은 공화·민주 양당 후보의 재산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10일(현지시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맞붙는 브루스 라우너 일리노이 주지사(61·공화)와 J.B.프리츠커 민주당 후보(53)가 주요 공직 선거 출마자들임에도 여느 슈퍼 리치들과 다르지 않게 재정의 큰 부분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양측이 공개한 선거 비용 관련 자료는 모두 모호하고 불완전했다. '세금 보고 내역 전체를 달라'는 요구도 양측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조세 회피처에 쌓아 둔 재산 규모는 두 후보 모두, 알려진 바 보다 훨씬 광대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미국인의 해외 투자 수익은 미국내 세제 적용을 받지만, 투자가 비밀리에 이뤄지고 실상이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우너와 프리츠커 모두 영국령 그랜드 케이먼 제도 그랜드 케이먼 섬의 5층짜리 건물 어글랜드 하우스에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있다. 어글랜드 하우스는 서류상 약 1만8천800여 개의 회사가 입주해있는 카리브해의 대표적인 조세 회피처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이 건물을 "세계 최대 세금 사기 공간"으로 칭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포브스 400대 부호 순위에서 프리츠커는 순자산 32억 달러(약 3조7천억 원)로 251위, 일리노이 주 7위에 올랐다. 프리츠커는 호텔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유대계 부호 가문의 공동 유산 상속인이자 민주당의 오랜 거물급 후원자다.
만일 프리츠커가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면 빌 해슬럼 테네시 주지사를 누르고 미국에서 가장 돈 많은 주지사가 된다. 북미 최대 트럭전용 주유·휴게소 체인 '파일럿 플라잉 J' 소유 가문에 속한 해슬럼 주지사의 포브스 추정 자산은 18억 달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미국 정치인 가운데 두 번째 부자로 알려져 있다.
라우너 주지사는 2014년 초선 당시 순 자산 규모를 5억 달러라고 밝혔다. 작년 기준 과세 대상 소득은 9천100만 달러로, 현재 순 자산은 8~10억 달러로 추산된다. 라우너 주지사는 시카고에 사모펀드기업 'GTCR'를 설립하고 32년간 운영했으며, 투자회사 'R8 캐피털 파트너스' 회장을 지냈다.
양측이 지금까지 선거전에 투입한 개인 돈은 프리츠커 1억4천600만 달러, 라우너 5천800만 달러. 기부금 포함 두 후보의 선거자금 총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2억5천470만 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추세면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수립된 '최대 돈 잔치' 기록을 깰 수 있다. 당시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맥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이베이 최고경영자가 대결한 선거에서 두 후보는 총 2억8천만 달러를 선거전에 투입했다.
일리노이 주에서 공직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세금 보고 내역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후보들이 관행적으로 내역 공개를 해왔다.
서던 일리노이대학 정치학과 데이비드 옙슨 교수는 "라우너 주지사와 프리츠커 후보가 공직 선거에 나선 이상 소유 자산의 가치, 채권·채무 관계 등 재산 현황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부패 오명을 쓰고 있는 일리노이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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