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서 평화행진·해상시위…대통령 간담회장 주변서 항의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백나용 기자 = 해군 국제관함식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1일 강정마을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강정마을 기지반대주민회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18 국제관함식 반대 평화의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주민과 활동가 100여 명은 이날 기지 정문 앞에서 관함식 행사 시작에 맞춰 '국제관함식 반대' 문구 등이 적힌 피켓과 상징물 등을 들고 기지로 입장하는 차량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쳤다.
일부 활동가들은 기지 진입 차량에 올라서거나 차량 앞을 막고 앉아 출입을 막았다. 이에 경찰이 이들을 저지하면서 서로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관함식 함정 해상 사열을 저지하려고 해상에서도 시위를 진행했다.
활동가 10여명이 관함식 반대 깃발을 단 카약을 타고 기지 주변 해상을 맴돌았다. 그러나 해경이 이들 해상 시위대를 막아서 해상 사열 함정 부근까지는 진출하지 못했다.
공동행동은 이어 기지 주변을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한 후 오후 2시 30분께 기지 정문 앞에서 강정 평화센터까지 '평화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대열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회와 간담회를 진행한 강정 커뮤니티센터까지 진출하려고 했으나 경비 경찰력에 막혀 이동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의 마찰이 장시간 빚어지고 주변 차량 통행이 마비되기도 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기지반대주민회 회장 등 반대 주민 5∼6명은 대통령과 주민 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강정 커뮤니티센터 50여m 부근 경찰 저지선 앞에서 '대통령에게 관함식과 기지 반대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항의했다.
강동균 회장은 "대통령 간담회를 불참하기로 했지만, 간담회장 앞에서나마 선전전을 통해 우리의 뜻을 알리기로 했다"며 "그런데 이마저도 막혔다. 대통령은 반대의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 것이냐"고 했다.
공동행동 등은 앞서 기지 정문 앞에서 선전전과 동시에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국민 세금으로 미군 핵추진항공모함을 비롯한 전 세계 군함을 초청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국제관함식은 제주 군사기지화를 선포하는 해군 축제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함으로는 평화를 만들 수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힘을 확인한 것처럼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해상 사열을 마치고 강정마을을 방문한들 이미 찢겨 버린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 상처는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지 주변과 커뮤니티센터 주변 경비를 위해 경찰력 1천여명을 투입, 경비에 나섰다.
해경도 해상시위 등에 대비, 경비정 등을 해상에 투입했다.
이날 시위 도중 일부 활동가가 도로로 진출하는 바람에 경찰이 물리력으로 이들을 인도로 옮기기는 등 마찰이 있었으나 시위 참여 주민과 활동가 중 연행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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