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결과…"정형외과 군의관 6명, 징계·고발·행정처분"
국비 투입한 '의대 군위탁생' 등 6명 심신장애로 조기전역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 수술을 집도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가 되는 가운데 군 병원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11일 밝혀졌다.
감사원이 군 보건의료체계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군 병원 정형외과 군의관 6명이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에게 12차례에 걸쳐 무릎천공, 힘줄 손질·삽입 등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군 병원에서 미용목적의 코 보형물 삽입 성형수술이 빈번하게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다음은 감사원의 '군 보건의료체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담긴 주요 적발 내용이다.
◇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 군 병원 수술참여
감사원은 2017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A군병원에서 무릎 손상 환자 11명에 대해 12차례 이뤄진 전·후방십자인대 수술 현황을 수술실 CCTV 자료 등을 통해 점검했다.
정형외과 외래진료 및 수술을 담당한 군의관 6명은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 B씨에게 수술재료를 주문하고, 직접 수술실에 들어와 환자의 무릎 부위에 구멍을 뚫는 등 수술을 돕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관 6명은 "의료인력이 부족해 납품업체 직원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고 감사원에 사실을 인정했다. 군의관 중 1명은 전역했다.
감사원은 이들 6명과 B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현직 군의관 5명은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국군의무사령관에게 요구했다.
◇ 군 병원서 미용목적 '코수술'
의무사령부는 2014년 10월과 2017년 8월 특수수술재료 사용지침 공문을 통해 코수술 보형물은 군복무 중 외상이 발생했거나 비중격 연골의 결손이 있는 경우만 사용하라고 제한했다.
감사원은 작년에만 군 병원에서 506건의 코 보형물 삽입수술이 이뤄진 점에 주목, 해당 수술이 많이 이뤄진 수도병원·양주병원·고양병원을 표본으로 선정해 점검했다.
이들 3개 병원에서 작년에 이뤄진 코 보형물 삽입수술 171건 중 80건(46.8%)은 군복무 중 외상이나 연골결손이 된 사례가 아님에도 환자의 요청 또는 군의관의 권유로 이뤄진 미용목적 수술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가령, 작년 7월 고양병원에서 축농증으로 입원한 환자가 군의관에게 "코도 높여줄 수 있느냐"고 묻자 축농증 수술 2주 후 코 높이 성형수술을 해줬다.
감사원은 국군의무사령관에게 "앞으로 군 병원에서 미용 목적의 코 성형수술이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지휘·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조치했다.
◇ 의대 군위탁생·장기군의관 조기전역
감사원은 의대 군위탁생과 장기군의관 6명이 심신장애를 이유로 조기전역한 직후 의대에 복학하거나 의사로 직업을 변경한 사실을 지적했다.
국방부와 각 군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111명의 현역장교를 군위탁생으로 선발, 의대에 편입시킨 뒤 9년간 위탁교육을 통해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면 장기군의관으로 의무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의대 군위탁생은 군 내부 전형과 의대의 면접 등 간소화된 절차만으로 의대에 편입하고, 위탁교육 9년간 급여와 입학금·등록금 일체를 국가가 지원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심신장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전역하도록 기준을 운용하고 있어 심신장애의 치유 가능성과 군의관으로서의 복무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손쉽게 전역시켜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조기전역한 6명 가운데 2명은 군복무 이전이나 군복무 중 심신장애 병력이 있음에도 의대 군위탁생으로 선발했고, 이들이 의사면허 취득 후 심신장애가 재발했다며 조기전역을 희망하자 그대로 허용해줬다.
감사원은 전역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개인 귀책사유로 군위탁생에서 해임되거나 군인 신분을 상실한 경우 의대에 복학하는 일이 없도록 학적을 말소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육군 소속 장교였던 C씨는 의대 군위탁생으로 선발돼 2015년 3월 의대에 편입, 1학기 만에 성적불량으로 유급돼 군위탁생에서 해임됐고, 군으로 복귀해 근무하던 중 음주운전으로 2차례 적발돼 작년 1월 전역했다. 이어 작년 2월 의대에 복학해 학업 중이다.
◇ 군 병원 의료인력 불균형 등
감사원은 국방부가 수도병원에는 적정인원보다 33명 더 많은 군의관과 민간계약직 의사를 배치하고, 정작 의료여건이 열악한 전방 11개 사단에는 정원보다 21명 적게 배치해 군 병원의 의료인력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훈련소에 입소한 장병의 면역력이 훈련 3주 차에 가장 낮은데도 각 군이 훈련 1∼6주 차에 각종 백신을 접종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훈련소 입소 전에 예방접종을 하라고 통보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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