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일부위헌이므로 재심청구 허용돼야"…법원 "여러 견해 존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과거사 사건을 두고 '법원이 판결 근거로 삼은 법률이나 법해석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한정위헌이 아니라 일부위헌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헌재 결정이 일부위헌 결정으로 확정되면 과거사 및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법원은 "여러 견해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온도 차를 드러냈다.
김헌정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11일 헌재 국정감사에서 "해당 결정을 두고 한정위헌이 아니냐고 주위에서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며 "명백한 일부위헌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심)재판에 들어가게 되면 (법원이)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해서 피해자들이 구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처장이 언급한 헌재 결정은 지난 8월31일 내려진 두 건의 위헌결정을 가리킨다. 헌재는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과거사 사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때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두 사건 모두 과거사나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도 국가배상을 받지 못한 이들이 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지 못하자 헌재에 소송을 낸 사건이다.
이 결정이 헌재가 밝힌 대로 일부위헌 결정인지, 아니면 법조계 일각의 해석처럼 한정위헌 결정인지에 따라 재판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갈린다.
일부위헌은 법률의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으로,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이 아닌 법률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경우 기속력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본다.
이날 김 사무처장이 밝힌 것처럼, 헌재는 당시 일부위헌 결정을 내리고, 이들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날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밝힌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안 처장은 당시의 헌재 결정을 두고 "한정위헌인지 일부위헌인지 여러 견해가 있다. 재심이 청구되면 해당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헌재가 사실상 재판부의 판단을 위헌이라고 본 한정위헌 결정을 하고도 형식적으로만 일부위헌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재심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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