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한국기원이 프로기사들의 반발을 부른 '미투 보고서'를 재작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1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석현 총재께서 소정의 절차에 따라 (미투) 조사서 재작성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바둑계는 지난 4월 디아나 초단이 김성룡 전 9단에게 9년 전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해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한국기원은 미투 폭로 이후 '늑장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나 결국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김성룡 9단을 제명했다.
그러나 이후 윤리위 최종보고서에 '김성룡 9단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는 등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의견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프로기사들이 223명이 집단 반발하며 재작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이사회에는 이사 39명 중 21명이 참석해 찬성 10표, 반대 8표, 기권 3표로 과반수에 미달했다.
이사회의 미투 보고서 재작성 방안 부결 이후에도 프로기사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이날 홍석현 총재가 직접 재작성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창혁 총장은 "홍 총재께서 (기자회견) 조금 전에 직접 연락을 주셨다"며 "이사회의 의결은 존중되어야 하나 찬성이 더 많았고, 기사들의 재조사 희망이 강한 점, 피해자를 존중한다는 미투 정신에 따라 재작성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유 총장은 또 "총재께서 (미투 보고서가) 재작성 되도록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며 "김성룡 9단이 제명돼 재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윤리보고서 원본에 대한 평가를 새로운 위원들에게 맡겨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현 총재는 유 총장을 통해 바둑TV와 K바둑의 합병 방안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바둑계에는 바둑TV가 K바둑과 합병해 바둑 전문이 아닌 종합 레저채널로 변경하고 채널명을 'JTBC…'로 변경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홍 총재께서)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결코 그런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기원은 최근 역시 논란이 되는 사이버오로 계약 해지와 IT 사업 추진 방안과 노영하 9단이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둑계 문제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유 총장은 "기원은 기전 주관료 이외에는 수입이 없다"며 "기전이 떨어져 나가면 프로기사와 직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과 IT사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며 (논란이) 일어났다"며 "바둑진흥법이 통과됐으니 정부지원금을 받아 바둑 보급사업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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