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여중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내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제기된 인천 한 중학교에서 성폭력 예방을 하려면 미리 체력 단련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보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A 여자중학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달 초 학생들에게 '성폭력 예방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교장 명의로 보냈다.
통신문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책으로 '평소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갖는다'거나 '규칙적인 운동과 체력 단련으로 힘과 자신감을 기른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안에 어른이 없을 때 상대방을 초대하지도 받지도 않는다'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르는 곳에서 데이트하지 않는다'는 주의 사항도 함께 적혔다.
이러한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자 현실적으로 효용성이 없는 대책인 데다 피해자에게 되레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마치 학생들이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거나 힘을 기르면 성폭력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명시했기 때문이다.
'보도 매체를 통해 알 수 있듯 성폭력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가족과 먼 얘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성폭력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부탁드린다'는 통신문 내용에 대해서도 학교 측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달 초 교사가 '넌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니. 나중에 임신 못 하겠네'라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하거나 허벅지를 만지며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스쿨 미투 의혹이 제기됐다.
스쿨 미투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교육계 재립 프로젝트'는 이날 오후 A 여중 앞에서 학교 측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A 여중 교감은 "보건 교사가 분기별로 성폭력 대책과 관련한 통신문을 만든 뒤 결재를 거쳐 보내고 있다"며 "이번 통신문도 학교폭력예방 홈페이지인 '도란도란'에 올라온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일 뿐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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