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후원자 운영업체, 정상회담서 거론 '이례적'
일 관계자들 경악…미 탐사보도 매체 '외교의례 위반"지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자신에게 거액을 후원한 인물이 운영하는 특정 미국 카지노 업체의 일본 진출을 허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교도(共同)통신과 아사히(朝日)신문이 12일 미국 탐사보도 뉴스 사이트인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를 인용,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2월 자신 소유의 고급 휴양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열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대선 당시 자신에게 거액을 후원한 셸든 아델슨(Sheldon Gary Adelson)의 카지노 사업 이야기를 끄집어 내면서 일본 진출 면허를 내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아델슨은 미국 카지노 업계의 큰 손으로 유명 카지노 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 운영자다. 아델슨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2천만 달러(227억 원)를 헌금했으며 대통령 취임식 때도 500만 달러(약 56억8천만 원)를 헌금했다.
프로퍼블리카는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자신에게) 헌금한 사람의 이익에 직결되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외교의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담에 동석했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요청에 대해 직접 대답하지 않은 채 "정보제공에 감사한다"고만 응수했다.
아델슨은 정상회담 전날인 9일 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앞서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모임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직접 카지노 사업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델슨은 최근 주주들에게 일본 진출이 결실을 맺었다고 전하면서 "우리가 선두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관련보도에 대해 "총리가 국회에서 답변한 대로"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카지노 사업 관련) 알선 사실을 부인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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