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시각장애인 재활·자립 돕는 '흰 지팡이' 되고 싶어"

입력 2018-10-13 08:11  

"동료 시각장애인 재활·자립 돕는 '흰 지팡이' 되고 싶어"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 재활복지 공로 복지부장관상
자립 성공 시각장애인이 '동료상담' 통해 눈높이 지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우리 센터가 다른 장애인 시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애인 당사자가 지원 주체가 돼서 장애인 동료를 돕는다는 겁니다."
장애인복지시설인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39) 소장은 13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하는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됐다.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시행하고 상담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도록 돕고 있다.
강 소장은 특히 센터의 장점으로 동료상담(peer counseling)을 꼽았다. 동료상담이란 자립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을 돕는 것을 말한다.
강 소장은 "지원하는 사람과 지원받는 사람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잘 알고 있어 이용하는 분들의 호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장애 경험을 가장 잘 아는 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소장 역시 1급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에게 시각장애는 선천적인 것은 아니었다. 7살 때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어 맹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를 맹학교에서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하면서 차별과 배제를 마주하게 됐고 장애인 문제에 어섯눈을 뜨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학 시절부터 장애인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하던 그는 2006년 시각장애인 안마사제도가 위헌결정을 받자 전국시각장애청년연합을 조직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학부 과정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뒤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제도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2년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취임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11일 '흰 지팡이의 날'을 기념해 열린 시각장애인 재활복지대회에서 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흰 지팡이 날(10월 15일)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980년 공식 제정해 선포한 날이다.
수상소감을 묻자 강 소장은 "시각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차별과 배제에 순응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집안에서만 지내던 시각장애인이 우리 센터에서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고 지역사회에 스며들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시각장애인이 집 밖으로,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흰 지팡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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