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수 전환 바탕으로 남미 강호 우루과이에 값진 2-1 승리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경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얻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선제골과 정우영(알사드)의 결승 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낚았다.
1982년 2월 20일 네루컵 2-2 무승부 이후 36년간 이어진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 부진을 털어낸 값진 승리다.
특히 두 차례나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의 우루과이를 잡은 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였던 독일에 2-0 완승을 한 것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 축구의 경사다.
사실 우루과이와 대결을 앞두고는 승리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우루과이와 무승부만 거둬도 승리 못지않은 값진 결실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올랐던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가 아내의 셋째 아이 출산으로, 수비수 호세 히메네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부상으로 각각 한국 원정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아레스와 히메네스를 제외하고는 골잡이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와 수비의 중심인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비롯해 엔트리 22명의 대부분을 월드컵 멤버로 구성했다.
이날 한국과 대결에 나선 우루과이의 선발 라인업도 월드컵 프랑스와 8강 때 베스트 11을 총가동했다.
수아레스와 히메네스가 빠진 걸 제외한 9명을 월드컵 멤버로 기용했다.
카바니와 투톱을 이룬 크리스티안 스투아니(지로나)를 비롯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로드리고 벤탕쿠르(유벤투스), 포백 수비진을 구성한 디에고 락살트(AC밀란)-세바스티안 코아테스(스포르팅 리스본)-고딘-마르틴 카세레스(라치오)도 월드컵 8강 그대로였다.
또 슈퍼 세이브 능력을 자랑하는 페르난도 무슬레라(갈라타사라이)가 우루과이의 골문을 지켰다.
카바니와 고딘을 공수의 주축으로 세운 우루과이가 한국을 상대로 무난한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다.
벤투 감독도 베스트 11 구성에서 '안정'을 선택했다.
지난달 11일 칠레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를 빼고는 무려 10명을 칠레전 선발 멤버로 투입했다.
전반전은 예상과 달리 한국의 페이스였다.
한국은 황의조를 원톱으로,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함부르크)을 좌우 날개로 배치해 빠른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남태희(알두하일)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뉴캐슬)-정우영(알사드) 듀오도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선제골은 한국의 차지였고, 승리를 향한 태극전사들의 강한 집념이 만들어냈다.
황의조가 후반 21분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실축했지만 상대 골키퍼가 쳐낸 공을 황의조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면서 우루과이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전반에 볼 점유율 74대 26으로 크게 앞서고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것과 달리 공격 집중력으로 만들어낸 선제골이었다.
한국은 6분 후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마티아스 베시노(인터밀란)에게 만회골을 허용했다.
김영권이 수비 중 넘어지면서 오른쪽 골지역으로 파고드는 루카스 토레이라(아스널)를 놓친 게 뼈아팠다. 위험지역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김영권의 수비 실책이 부른 실점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 효율적인 공간 선점으로 후반 3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다시 우루과이의 골문을 갈랐다.
왼쪽 코너킥 기회에서 손흥민이 올려준 공을 황의조 대신 투입된 석현준(랭스)이 헤딩으로 따냈고, 혼전 상황에서 정우영이 왼발로 마무리했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해 득점 기회를 노리면서도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 진영까지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벤투식 축구 스타일을 통해 세트피스 상황에서 얻어낸 값진 결승 골이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경기 후 "패스 타이밍이 간결해지면서 전체적인 공수 템포가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하게 긍정적"이라면서 "월드컵 독일전 승리 이후 우루과이라는 '거함'을 또 한 번 침몰시켰다는 점에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그러나 "측면 수비수들의 불안과 중앙 수비를 책임졌던 김영권, 장현수의 잔 실수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면서 "공격에서도 한 박자 빠른 슈팅이 아쉽고, 불필요한 턴오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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