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돌아오지 못한 산악인들…47년간 이어진 안타까운 조난사

입력 2018-10-13 19:54   수정 2018-10-13 20:41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산악인들…47년간 이어진 안타까운 조난사
1971~72년 故 김기섭·김정섭·김호섭, 히말라야에서 사망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이상 14좌 무산소 등정에 빛나는 김창호(49) 대장의 한국인 원정대가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해발 7천193m) 원정 도중 베이스캠프(3천500m)에서 눈 폭풍에 휩쓸려 사망하면서 산악인들의 슬픔을 자아내고 있다.
주(駐)네팔 한국대사관은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실종된 김창호 대장 등 한국인 5명의 시신을 13일 새벽(현지시간)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해발 3천5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가 눈사태에 파괴된 채 전날 발견됐다"며 "이어 한국인 원정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의 시신이 오늘 새벽 발견됐다"고 말했다.
김창호 대장은 지난 2013년 5월 에베레스트(8천848m)를 오르면서 히말라야 8천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올랐다. 특히 김 대장은 국내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14좌를 모두 산소통에 의존하지 않고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 김 대장은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평생을 함께한 히말라야에서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한국 원정대의 사고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김호섭 대장과 동생 김기섭 대원이 마나술루(해발 8천163m) 등정에 나섰고, 7천600m까지 올라가 캠프를 설치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돌풍에 김기섭 대원이 빙하 틈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것은 한국 원정대의 첫 히말라야 첫 조난 사례로 기록됐다.
이듬해인 1972년 김기섭 대원을 떠나보낸 김정섭·호섭 형제는 다시 마나슬루 등정에 나섰고, 대원 6명과 셰르파 12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6천500m에 캠프를 차렸다가 눈사태를 만나면서 15명이 숨지는 참사를 당했다. 한국 히말라야 등반의 개척자였던 김정섭·기섭·호섭 형제가 모두 히말라야에 잠들고 말았다.



이들의 아픔이 잊히기도 전인 1978년에는 세계에서 58번째이자 한국에서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등정(1977년)했던 고상돈 대원이 미국 알래스카 매킨리(6천194m)를 등정한 뒤 하산하다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인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던 지현옥 원정대장도 히말라야에서 영면했다.
지 대장은 1993년 대한산악연맹 원정대 대장으로 최오순, 김순주 대원과 함께 한국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지 대장은 1999년 안나푸르나(8,091m)에 오른 뒤 "정상!"이라는 짧은 교신을 마치고 하산하다가 해발 7,800m 지점에서 실종됐다.
여성으로서 세계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도전한 고미영 대장도 2009년 낭가파르밧(8,125m)을 등정하고 하산하다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2011년 10월에는 또다시 산악인을 눈물짓게 한 조난사고가 벌어졌다.
1993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박영석 대장이 이끈 원정대가 안나푸르나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됐고,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다.
박 대장은 마지막 교신에서 "기상 상태가 나쁘고 낙석이 많아 하산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사망한 김창호 대장은 당시 박 대장을 찾기 위한 수색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가슴 아픈 사연도 숨어있다.
김창호 대장 역시 2013년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무산소 완등을 마치고 하산하던 중 함께 원정에 나섰던 서성호 대원이 사망하는 경험을 했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김 대장도 구르자히말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히말라야에서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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