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며 시간벌고 호흡 짧게 내뱉고…음주운전 특별단속 백태

입력 2018-10-14 00:57  

물 마시며 시간벌고 호흡 짧게 내뱉고…음주운전 특별단속 백태
서울 경찰, 다음 달까지 7주간 특별단속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더더더더더…그만할 때까지 부세요. 안 불면 못 갑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4팀장 김강수 경위는 운전자들이 음주감지기에 숨을 불며 머뭇거릴 때마다 "더더더더더"라고 반복해 외쳤다.
서울지방경찰청이 홍대, 이태원, 역삼, 노원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인 이틀째인 13일 도로 위에서는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졌다.
오후 11시 서울 강남구 신사역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던 은색 레인지로버 SUV 운전자 김모(27)씨가 김 경위의 지시에 따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내렸다.
김씨는 얼굴과 귀가 붉어진 상태였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김 경위가 내민 음주감지기에 숨을 내쉬었지만, 호흡이 짧았다.
그는 "끝까지 부세요"라는 요구에 다시 길게 숨을 내뱉었다. 김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07%였다.
면허취소라는 통보를 받은 그는 분한 표정으로 단속에 동행한 취재진에게 "무슨 권리로 찍느냐"고 화를 내다 대리운전을 불러 돌아갔다.

이에 앞서 오후 10시 8분께는 빨간색 페라리 승용차에서는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임을 알리는 '삐이익' 경고음이 났다.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운전자 박모(23)씨는 갓길에 서서 망설이듯 경찰이 내민 음주감지기를 잠시 바라봤다.
2차 측정을 위해 5초가량 음주감지기에 숨을 불어넣은 박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62%, 면허 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는 "집이 근처라서 마셨다"며 "와인 한 병 정도를 마셨다"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박씨의 음주측정이 끝나갈 무렵 흰색 BMW 승용차 운전자 나모(35)씨도 머뭇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짜증스러운 얼굴로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나씨는 음주측정 직전 "물 한 잔만 더 마셔도 될까요"라며 시간을 끌었다.
나씨는 종이컵에 가득 담긴 물을 3번이나 마신 뒤 음주감지기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49%, 면허 정지 하한선인 0.050%에 살짝 못 미친 수치로 훈방조치 됐다.
김 경위가 "그래도 대리기사 불러서 가세요"라며 타이르자 B씨는 "알았어요. 친구 불러서 갈게요"라며 미안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비슷한 시각 성북구 월곡역 대형마트 앞 도로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암경찰서 교통안전계 4팀장 서은택 경위는 뺨이 붉게 상기된 채로 차에서 내린 50대 남성 최모씨를 "그렇게 부시면 안 돼요", "한 번에 길게 쭉 부세요"라며 어르고 달랬다.
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4%, 음주 운전을 확인한 경찰은 차량 뒷자리에 타고 있던 동승자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음주 운전을 방조한 혐의가 있는지 추후에 조사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막걸리 3잔 정도를 마셨는데 시간이 지나서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머쓱하게 웃으며 대리운전을 불렀다.
서울경찰청은 전날부터 다음 달까지 7주간 홍대, 이태원, 역삼, 노원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특별단속을 벌인다.
특히 음주 운전 차량에 동승한 사람도 '방조'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자전거도 단속 대상이지만, 11월까지 유예 대상인 만큼 음주 운전을 적발하면 계도하고 개정된 법을 홍보할 방침이다.
2015년 이후 최근 3년간 발생한 음주 운전 사고는 월평균 254건에 달한다. 통상 가을에 접어드는 10월부터 연말연시를 거쳐 1월까지 사고 건수가 늘어난다.
지난 11일까지 올 한 해 동안에만 음주 운전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3천972명이 다쳤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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