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20년째인데 차별 여전…가로수길 유명 음식점 절반 출입불허
"안내견은 없어선 안 되는 존재…홍보 및 단속·처벌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개는 못 들어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보조견)이라도 안 돼요. 나가 주세요."
시각장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한 '세계 흰 지팡이의 날'(15일)을 앞두고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식당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지 파악해본 바 장애인 차별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13일 시각장애 1급이자 직장 내 장애인식 개선 강사인 김정민(28) 씨와 동행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유명 식당들을 들어가 보니, 상당수 식당에서 실제로 안내견 출입을 거부했다.
김씨와 김씨의 안내견 신디(6·스탠더드 푸들)는 이날 1시간 동안 식당 총 8곳을 들어갔고, 4곳에서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모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수단에 출입할 수 있다. 안내견 출입을 막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특히 장애인복지법은 '식품접객업소와 숙박시설 등'의 장소라고 법에 명시해, 안내견이 식당과 숙박업소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대부분의 식당에서 종업원들은 이런 법 조항을 모르고 있었다. 출입이 가능했던 식당에서도 종업원이 매니저나 점주에게 안내견 출입이 가능한지 묻는 동안 기다려야 했다.
안내견의 출입을 아예 거부한 식당들은 "개는 무조건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김씨를 돌려세웠다. 일부 식당에서는 "과태료 대상인 것 알고 있다"면서도 출입을 막았다.
가로수길에서 10년 넘게 성업 중인 한 스테이크 전문점의 종업원은 김씨와 신디를 보고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죄송하지만 안내견 (입장) 안 됩니다"라며 이들을 막아섰다.
이 종업원은 김씨가 '안내견 출입을 막으면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고 말하자 "협박하시는 거냐"며 언성을 높이고는, 김씨를 아예 무시하고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으러 가버리기도 했다.
유명 요리사가 운영하는 차돌박이 전문점에서도 입구에서부터 김씨와 신디의 출입을 막았다. 중견기업 수준 규모인 본사 차원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 교육이 있지 않았을까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한 베트남 음식 전문점에서는 "안내견은 밖에 묶어놓으시라"고 했다. 이 식당의 매니저는 "과태료 대상인 건 알지만, 제가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김씨와 신디의 출입을 에둘러 막았다.
장애인복지법에 안내견의 식당·공공장소 출입을 보장하는 조항이 추가된 것은 1999년으로, 올해가 20년째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올해도 '안내견 출입을 부당하게 거부당했다'는 차별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
김씨는 동행취재를 마친 뒤 "출입 거부도 답답했지만, 안내견이라고 얘기해도 아예 무시하거나 다른 손님에게 가버렸을 때 참 속상했다"면서 "밖에 묶어놓으라는 건 눈을 밖에 빼놓고 들어오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안내견은 어디든 무조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김씨가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은 동행취재 때문에 여러 식당을 시험삼아 들어갔지만, 김씨는 평소에는 스타벅스처럼 공간이 넓어 다른 손님의 불편이 덜하고 안내견 관련 종업원 교육이 잘 돼 있는 카페나 식당을 주로 이용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중교통에 포스터를 붙이는 식으로 대국민 홍보를 하고, 기업이나 식당 프랜차이즈는 지점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은 "안내견은 흰 지팡이처럼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꼭 필요한 존재다. 반려견처럼 단순히 선호해서 동행하는 것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면서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도록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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