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 의원 "액상란 살균 의무화 등 규정 개정 적극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9월에 학교 급식소에 납품된 초코케이크를 먹고 학생 2천207명이 집단식중독에 걸린 사건은 제조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식품 당국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불러일으킨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식약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액상란(식약처는 알가공품으로 표기)이 살균됐는지 안됐는지(살균/비살균 여부)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식품 당국은 당시 집단식중독 사태는 초코케이크 크림 제조 때 사용된 난백액(계란 흰자, 액상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집단식중독의 유력한 원인으로 살모넬라균 오염 액상란을 지목해놓고는, 정작 '비살균/살균'으로 액상란 생산현황을 구분해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적합 액상란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게 관리, 감독해야 할 식약처는 살균/비살균 액상란의 부적합 판단과 유통 여부를 제조업체에 사실상 맡겨 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세균 증식 위험성이 높은 액상란에 대한 위해 미생물 검사를 '자가품질검사'라는 명목으로 제조업체에 맡기고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알가공품의 경우 액상란 가공업체가 안전성(세균수, 대장균군, 살모넬라)에 대해 매월 1회 자가품질검사를 하고 기재일로부터 2년간 자체 보관하도록 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제조업체가 자가품질검사를 제대로 시행했는지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장치가 현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부적합 액상란이 완제품 제조업체에 납품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풀무원푸드머스에 문제의 케이크를 납품한 더블유원에프엔비는 식약처로부터 2016년 5월 23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인증까지 받았는데도, 식중독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썹(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조리·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확인, 평가하고 중점관리요소를 지정, 관리하는 과학적인 예방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기동민 의원이 문제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결과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집단식중독 사건에서 원인으로 확인된 살모넬라균은 65도 이상 고열에 30분 이상 살균하면 제거된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달걀 껍데기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만큼, 비살균 액상란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경우 비살균 액상란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액상란에서 살모넬라균이 번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액상란은 제과·제빵, 수산·육가공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2017년 현재 알가공품의 연간 국내 판매량은 5만3천210t에 달한다. 이를 계란 개수로 환산하면 10억 6천420만8천840개에 이르는 수치다. 우리나라 연간 계란 소비량(1인당 239개)을 고려하면, 국민 445만2천756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기동민 의원은 "액상란은 모든 국민이 즐기는 빵과 과자류 등에 쓰이는 필수 재료로 철저한 검사와 유통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당장 액상란 가공과 유통과정에 대한 시스템 재조사에 착수하고, 미국처럼 액상란 살균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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