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서 대규모 군부 지지 시위…국제사회 처벌 시도 비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을 자행한 미얀마 군부를 국제 법정에 세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얀마에서 극우세력과 군부 지지자들이 대규모 관제 시위를 벌였다.
15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극우주의자 등은 전날 최대도시 양곤에서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를 열고 로힝야족 학살 문제를 비판하는 국제사회를 성토했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로힝야족 혐오를 부추기며 '미얀마의 빈 라덴'이라는 별칭을 얻은 극우성향의 미얀마 종교지도자 위라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미얀마에 오는 날이 내가 총을 손에 드는 날이 될 것"이라며 군부 지도자들을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로 지목해 법정에 세우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극우성향의 불교단체 '마 바 타'(Ma Ba Tha, 민족종교 보호를 위한 애국 연합)의 지도자인 위라투는 이슬람 혐오발언을 통해 미얀마 내 반무슬림 정서 확산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이런 행동으로 그는 불교원로회의의 경고와 함께 활동 금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마이크를 손에 든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로힝야 학살 책임자 처벌을 막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진실의 편에 선 애국주의자"고 칭하기도 했다.
위라투는 또 "벵갈리(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을 낮춰 부르는 말)를 로힝야족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이는 미얀마의 이슬람화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가짜 소수민족 그룹을 만들어 여러분의 나라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유엔 진상조사단이 로힝야족 학살을 책임자로 지목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의 초상화 등을 들고 지지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카인 텟 마(46)씨는 "국제사회가 군 최고지도자와 군부를 괴롭히는 걸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과 국제사회는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이 대량학살과 반인도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책임자인 군 최고사령관 등을 국제법정에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조직된 진상조사단은 최근 이사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미얀마군에 희생된 로힝야족이 1만여 명에 이른다며 최고사령관 등 6명을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권이사회는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과 잔혹 행위 등을 조사하고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패널 구성을 결의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사법관할권을 인정하고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학살 책임자로 지목된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유엔이 내정을 간섭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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