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톱스타 주윤발 "전 재산 8천100억원 기부하겠다"

입력 2018-10-15 17:42   수정 2018-10-15 18:48

홍콩 톱스타 주윤발 "전 재산 8천100억원 기부하겠다"
한 달 용돈 12만원 쓰는 검소한 생활로 사랑받아
"돈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는 것일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홍콩 톱스타 주윤발(저우룬파·周潤發·63)이 전 재산인 56억홍콩달러(약 8천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5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주윤발은 최근 영화 홍보차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해 팬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말했으며, 홍콩 영화 매체 제인스타즈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주윤발은 2010년부터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해왔는데 이를 재차 밝힌 것이다.
막대한 재산에도 평소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 홍콩 시민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는 주윤발은 인터뷰에서 "한 달 용돈으로 800홍콩달러(약 12만원)를 쓰고, 교통수단으로는 버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주윤발은 인터뷰에서 과거 노키아 휴대전화를 17년 동안 썼던 경험도 공개했다.
그는 "2년 전에야 (노키아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꿨는데, 바꾼 이유는 휴대전화가 고장나서였다"고 말했다.
옷은 주로 할인매장에서 구매하며, 개인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스케줄이 없을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그의 검소한 생활은 유명하다.
주윤발은 전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힌 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고 평온한 태도로 사는 것"이라며 "내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고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영화 '투태'로 데뷔한 주윤발은 1980∼1990년대 '영웅본색'(英雄本色) , '첩혈쌍웅'(牒血雙雄) 등 홍콩 누아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아시아를 대표하는 톱스타다.
그는 영화 '와호장룡', '도신', '황후화',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코드네임: 콜드워', '조조-황제의 반란',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등 할리우드와 중화권에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주윤발의 결정에 지지를 아끼지 않은 아내 천후이롄도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천후이롄은 1959년 부유한 싱가포르 상인의 딸로 태어나 1987년 주윤발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홍콩 연예계의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불린다.
결혼 이후 주윤발의 내조에 힘쓰면서 주윤발의 출연료를 부동산 등에 투자해 자산을 늘리고, 주윤발의 사회 기부를 돕기 위해 기부단체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재산과 남편이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뜻깊게 쓰기 위해 기부단체를 설립했다는 천후이롄은 "지금껏 우리 부부는 가족들을 잘 보살펴 왔다. 우리가 죽고 난 뒤 유산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윤발 부부는 결혼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자녀는 없다.
1991년 천후이롄이 임신을 했지만, 태아가 7개월째 사산되자 주윤발이 더는 아내에게 같은 아픔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서민 식당을 즐겨 찾는 주윤발은 홍콩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도 스스럼없이 응하는 등 소탈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홍콩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교포는 "주윤발이 즐겨 찾는다는 식당을 찾아갔다가 실제로 주윤발을 만났다"며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에 웃으면서 흔쾌히 응하는 모습을 보고 왜 그가 홍콩 시민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윤발은 영화 '화기소림' 홍보차 1994년 한국을 찾은 후 15년 만인 2009년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을 홍보하기 위해 방한했다.
당시 주윤발은 "안녕하세요. 아임(I'm) 주윤발. 감사합니다"라며 한국말을 섞어 인사를 건넸으며, 다른 배우들이 질문에 답할 때에는 '빨리 빨리… 시간 없어요"라며 한국말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1981년 영화 촬영차 처음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도시의 모양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똑같은 것은 사람들의 열정이며, 김치의 냄새가 강하다는 것 역시 여전하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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