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단원 파업 닷새만에 종료…공연일정 17일부터 재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최정상급 오페라단 '시카고 리릭 오페라'(Lyric Opera of Chicago)가 오케스트라 단원 파업으로 인한 공연 취소 사태를 마감했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은 15일(현지시간) 오케스트라 단원 측과 노사협상을 타결하고 닷새간의 파업으로 차질이 빚어진 공연 일정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시카고 음악인 연합'(Chicago Federation of Musicians)이 주도하는 리릭 오페라 오케스트라 노조 지도부와 사측은 지난 13일 3년 기한의 새 근로계약 조건에 잠정 합의하고 14일 밤 조합원 비준을 거쳤다.
지난 9일 오케스트라 단원 70여 명이 사측 제안에 반발,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된 공연 취소사태는 14일까지 계속됐다.
11일과 14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던 이번 시즌 흥행작 푸치니의 '라보엠'과 13일 개막 예정이던 모차르트 걸작 '이도메네오' 공연 등이 잇따라 취소됐다.
오페라단 측은 17일 '라보엠' 공연부터 일정을 정상화하고, 18일 '이도메네오' 개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트리뷴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 노조가 합의한 계약의 주요 골자는 오케스트라 단원 규모 및 공연 주간을 사측 제안에 비중을 두고 축소 조정하는 대신 단원 주급을 5.6% 인상하는 내용이다.
오케스트라 정규 단원 수가 74명에서 70명으로(애초 사측 제안 69명) 줄어드는 대신 대형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작품을 위해서는 프리랜서 음악인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또 2019-2020 시즌 공연 주간을 사측 제안대로 24주에서 22주로 축소하되,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공연을 5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 공연에 투입될 37명의 연주자 주급은 6.6% 인상된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 바이올리니스트 케이슬린 브라우어는 "크게 얻어낸 것은 없지만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이미 사측과 협상 타결을 본 다른 노조 조합원들 및 가족, 충성심 높은 관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일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단에는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54년 설립된 리릭 오페라단은 헝가리 태생의 20세기 명지휘자 게오르그 솔티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를 이끌던 시기, 빠르게 명성을 쌓았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예술적 수준은 물론 운영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들었다. 일부 회원들이 관람 못하는 입장권을 기부해 재판매되면서 한때 입장권 판매율이 100%를 넘었다.
그러나 웅장한 오페라 무대에 대한 관객 수요가 차츰 줄면서 한때 85~90회에 달하던 공연 횟수는 최근 60회에도 못 미친다.
앤서니 프로이드 단장은 새 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오페라단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단의 무대·의상·분장 전담 직원 노조, 입장권 판매 직원 노조 등은 앞서 지난주 사측과 다년 계약에 합의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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