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들,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했다"…경찰, 사태 방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국인 소유의 미얀마 의류업체에서 파업중이던 노동자들이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시위를 중단시키려고 폭력배를 동원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노동자들간의 싸움일 뿐이라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16일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외곽 다콘 세이칸에 있는 푸 웬 의류㈜ 공장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이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노동자 24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인 소유의 푸 웬 의류 노동자들은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던 동료 30명이 지난 8월 해고되자,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회사 건물 밖에서 파업을 벌여왔다.
폭행을 당한 노동자 태 누 카잉(21)은 "민간인 복장을 한 20∼30명의 남자들이 회사 건물 밖에 모여있던 여성 노동자들을 에워싸고 폭행했다"며 "그들은 깡패다. 그들은 나를 밀치고 쇠파이프로 다리를 때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고 노동자인 흘라 온 마(21)는 "사측이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공장에서 일하던 소수의 노동자가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주장한 뒤 싸움이 벌어졌다며 노동자들간의 다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찰은 충돌현장에 병력을 보냈지만 상황을 지켜볼 뿐 누구도 체포하지 않았다.
이 업체에서 물건을 납품받아온 독일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 관계자는 "푸 웬 측과 함께 폭행사건을 조사할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판단한 뒤 필요하다면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까지 영국 패션업체 쥴스(Joules)에도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줄스 측은 지난 4월 푸 웬과의 파트너십을 청산했다고 밝혔다.
미얀마의 의류 산업은 값싼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의류분야의 대유럽 수출 규모도 2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한국 등의 의류 기업들도 미얀마에 속속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사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데다, 로힝야족 학살 사태 이후 유럽 등이 대미얀마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업황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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