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에 희생된 원정대…그날밤 구르자히말에는 무슨 일이

입력 2018-10-16 11:55   수정 2018-10-16 14:06

천재지변에 희생된 원정대…그날밤 구르자히말에는 무슨 일이
눈폭풍이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현장에는 눈 없어
사고 전날 내린 비로 산사태 일어났을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던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의 도전은 끝내 김창호 대장을 포함한 5명의 원정대원 전원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로 막을 내렸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한국 원정대는 지난달 28일 신루트 개척을 위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구르자히말에 올랐다가 해발 3천500m에 차려진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그러나 원정대의 도전은 안타깝게도 베이스캠프에서 마무리됐다. 김 대장을 포함한 5명의 한국인 원정대는 현지시간으로 12일 밤 베이스캠프에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외신들은 현지 관리인의 말을 인용해 강한 눈폭풍이 베이스캠프를 덮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원정대의 시신은 대부분 베이스 캠프 근처 계속에서 발견됐다. 일부 시신은 침낭 안에 있었던 만큼 한밤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상으로 공개된 사고 지점에는 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갑작스러운 토네이도 발생 등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스캠프는 등반에 앞서 가장 안전한 곳에 설치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루트는 처음 개척하는 상황이어서 베이스캠프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계 관계자는 "토네이도, 눈사태, 눈폭풍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이 벌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사고 현장에 눈이 거의 없었고 사고 전날 현지에 비가 내렸던 것이 참사의 원인으로도 추정된다.
빗물에 얼음과 눈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면서 산사태로 이어져 베이스캠프를 덮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무산소로 등정한 김 대장은 '알파인 스타일'을 고집해온 고지식한 등반가로 유명했다.
김 대장은 2012년 네팔에 남겨진 가장 높은 미등정봉 힘중(7천140m)을 세계 최초로 등정해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 피켈상 아시아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듬해인 2013년 에베레스트(8천848m)를 인도 벵골만의 갠지스 강 하류의 해발 0m에서부터 출발해 카약, 사이클, 트레킹 만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무산소 등정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히말라야 8천m 이상 14좌 등정에 성공했다. 화석연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등반'이었다.
무엇보다 김 대장은 남들이 올랐던 길(등정주의)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자신의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방식(등로주의)을 추구하며 산악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김 대장이 앞장 선 '2016 코리안웨이 강가푸르나 원정대'는 2016년 10월 네팔 안나푸르나 지역 강가푸르나(해발 7천455m) 남벽에 새로운 루트인 '코리안웨이'를 개척한 공로로 2017년 황금피켈상 시상식에서 국내 최초로 황금피켈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로 이어졌고, 네팔의 포카라를 시작으로 구르자히말 남면쪽 케야스 콜라에 설치된 베이스캠프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철칙을 지키면서 구르자히말 신루트 개척에 도전했다.
사고 원인을 떠나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들의 희생은 안타까움만 남기게 됐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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