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로 연출된 독특한 사진 공개…뉴델리 겨울철 대기오염 본격 시작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심야임에도 야외 공연장에 모여 환호하는 수많은 관객. 이에 답하며 열창하는 인기 가수.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가린 짙은 스모그.
지난 14일 밤(현지시간) 캐나다 출신 인기 가수 브라이언 애덤스의 인도 뉴델리 인근 공연장 모습이다.
인도 NDTV 등은 애덤스가 이날 공연장을 뒤덮은 스모그 때문에 놀라워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애덤스의 공연이 열린 곳은 뉴델리 근처 신도시 구르가온 레저 밸리 파크.
애덤스는 이날 공연 끝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객 위 먼지와 연기 속에서 내 그림자 실루엣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글을 달았다.
그는 "나는 이런 장면을 예전에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진을 살펴보면 휴대전화 손전등 불빛을 흔들고 있는 관객 뒤편 사진 상단 허공에 애덤스의 그림자가 뚜렷하게 비쳐있다.
무대 조명에 비친 애덤스의 그림자가 공연장의 두꺼운 스모그에 드리운 것으로 추정된다.
애덤스는 이에 대해 "마법같다(magical)"고 평했다.
애덤스는 이날 무대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며 독특한 분위기를 전하려고 사진을 올렸지만 결국 인도의 심각한 스모그 문제를 간접적으로 부각한 셈이다.
뉴델리는 해마다 겨울철이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州)에서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논밭을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하는 데다 디왈리 등 축제 등을 맞아 곳곳에서 터진 대규모 폭죽으로 먼지가 쏟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과 빈민들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뉴델리의 겨울철 대기는 '가스실' 같은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뉴델리 일부 지역의 PM10(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 농도가 1천39㎍/㎥를 기록,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 50㎍/㎥의 20배를 넘기도 했다.
몬순 등으로 한동안 비교적 깨끗했던 뉴델리의 공기는 올해도 이달 들어 나빠지기 시작했다.
공기 질 지수(AQI)가 수시로 200∼300대를 넘기며 뉴델리 시민에게 공포감을 안기고 있다.
AQI 지수는 201∼300은 '나쁨', 301∼400은 '매우 나쁨', 401∼500은 '심각'을 뜻한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이 수치가 486까지 치솟기도 했다.
아직 본격적인 대기오염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호흡기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는 노약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 병원의 의사 아누팜 시발은 NDTV에 "우리는 매우 위험한 환경에 살고 있다"며 "만약 여성이 이런 나쁜 대기 환경에 노출된다면 태아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뉴델리 시는 지난 15일부터 겨울철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쓰레기 소각 금지, 도로 청소, 매연 배출 노후 차량 단속 외에 오염 단계별로 경유 발전기 가동 및 건설 현장 작업 중단, 차량 운행 제한 등의 대책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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