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찜한 TV] 현지화, 참 어렵다…'최고의 이혼'

입력 2018-10-17 06:00  

[시청자가 찜한 TV] 현지화, 참 어렵다…'최고의 이혼'
일드 원작으로 둔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과 비교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다른 나라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부담스러운 과제는 역시 '얼마나 적절하게 현지화할 것인가'다.
나란히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KBS 2TV 월화극 '최고의 이혼'과 tvN 수목극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역시 서로 다른 매력으로 팬층을 형성하면서도 이따금 엿보이는 어색한 각색과 연출들로 아쉬움을 낳고 있다.
17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10월 둘째 주(8~14일) 콘텐츠영향력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최고의 이혼'이 2위로 신규 진입했고,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은 13위를 기록했다. CPI 지수는 각각 257.9와 214.5.



'최고의 이혼'은 3~4%대(닐슨코리아)에 머무는 시청률에도 젊은 부부 사이에서 소소한 공감을 얻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오랜만에 지상파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배두나의 '현실 연기'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는 배두나는 그야말로 강휘루 그 자체로 변신했다.
필요한 순간 곁에 없던 남편 조석무(차태현 분)에게 말간 얼굴로 "그만할래. 이제 당신 필요 없어. 완전 개운하다"고 말하는 휘루의 모습은 담담해서 더 묵직했다.
석무만 몰랐던, 진유영(이엘)이 석무와 헤어진 이유에도 공감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유영이 그를 떠난 건 단순히 석무가 자신의 상처(아버지가 상어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것)를 모른 상태에서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의 뉴스를 보며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만큼 자기중심적이고 섬세함을 모르는 석무에 질린 것이다. 극은 그런 맥락을 배우가 대사로 줄줄이 읊게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시청자가 이러한 맥락을 알아서 이해하고 공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원작과 비교하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중심이 되는 석무의 캐릭터가 그렇게 입체적으로 그려지지는 못하는 탓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극 전개와 대사가 다소 억지스럽거나 국내 정서에는 들뜨고, "(여자들이) 표현하지 않는데 석무가 어떻게 아느냐"는 류의 의문도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작이 10부작인 데 반해 16부작(프리미엄CM 구분 기준 32부작)으로 풀어내려다 보니 내용이 늘어지고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고의 이혼'은 그나마 원작이 5년 전 선보인 것이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무려 16년 전 작품이라 현지화와 더불어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각색하는 과제까지 안았다.
오랜만에 복귀한 서인국은 김무영이라는 묘한 남자를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지만, '뭘 해도 치명적인 인물'이라는 남주인공 캐릭터 자체가 사실 국내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본 대중가요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만큼이나 스토리 역시 주인공들의 어두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살인사건, 부잣집 아가씨를 홀리고 그의 친구와 로맨스를 이어가는 과정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원작 결말의 경우 국내 대중의 눈높이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주목된다.
다만 주·조연을 불문하고 배우들이 보여주는 안정된 연기력에 힘입어 극 몰입도 자체는 높아 시청률도 3%대를 꾸준히 유지한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NM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 2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산출한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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