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리스크·인프라 부족·수익성 부담 등 '걸림돌'
"사전조율 없었던 방북 초청…정부도 기업상황 이해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윤보람 기자 = 국내 4대 그룹의 총수 등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대북사업과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성'을 탐색하고는 왔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사업을 구체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은 내부적으로 기획 단계의 검토 작업만 진행하면서 상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지난달 18∼20일 방북 이후 대북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이나 구체적인 사업 검토 등을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방북 일정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함께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이 특별수행원으로 동참했었다.
이들과 함께 방북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현대그룹(현정은 회장)과 포스코(최정우 회장)는 이미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대북사업 관련 TF조직을 구성한 바 있다.
이처럼 4대 그룹이 남북경협과 관련해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공식적인' 이유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대북사업 리스크다.
우선 이들 그룹이 사실상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섣불리 대북사업을 추진하다가는 경우에 따라 해외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중단 등 대북사업 리스크라는 '학습 효과'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북한은 '자유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개념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언제든 상황에 따라 쫓겨날 수 있다면 기업이 과연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요인에 앞서 북한 현지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술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전력, 도로, 철도 등의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SOC)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사업을 검토한다는 게 의미가 없고, 가뜩이나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도 버거운 기업 입장에서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려운 대북사업까지 검토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 단계에서 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그룹이 있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라면서 "총수들도 '장사꾼'들인데 돈이 안 되는 곳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으나 "정부도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할 것"이라는 게 4대 그룹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대통령 해외순방 때는 정부와 사전조율을 통해 현지 투자계획을 미리 준비하지만 지난달 방북 때는 며칠 전에야 재계 방북 명단이 나왔다"면서 "정부도 기업의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측에서도 방북 전 그룹 총수들에게 "경협사업과 관련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급을 데리고 간 것은 나름대로 목적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자체 경제연구원이나 기획부서 등에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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