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분리 움직임에 노조 파업 준비…판매 회복은 더뎌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지엠(GM)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 지 반년 만에 판매 부진에 극심한 노사 갈등까지 겪으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뒤숭숭한 창립기념일을 맞게 됐다.
16일 한국GM에 따르면 이 회사는 창립 16주년인 17일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하루 휴무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지난해에도 판매 부진과 재무 악화, 철수설 등으로 어수선한 창립기념일을 보낸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16일) 노조는 사측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계획에 반발해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조는 당장 파업을 벌이지는 않고 오는 22일께 중노위 결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이번 노사 갈등은 사측이 지난 7월 글로벌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신설법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기존법인에서 분리하는 내용인데, 전체 노조 조합원 1만여명 중 3천여명이 새 회사로 옮기게 된다는 뜻이어서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법인 신설 계획이 구조조정의 발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신설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법인 분리로 조합원을 빼내 기존 노조 세력을 약화해 철수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깔렸다.
반면에 사측은 이미 산업은행 투자를 확약받고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며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법인 신설의 근거로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본사의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 확대와 이를 통한 한국GM의 지위 격상 및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 GM은 한국GM 부평공장에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확대를 위해 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차세대 콤팩트 SUV 개발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업무를 위해선 연구개발 업무 분리가 필수라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산업은행 역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기본 협약에 위배된다"며 신설법인 설립에 제동을 걸었으나 사측은 예정대로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거쳐 연내 법인 설립을 완료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경영 정상화에 나섰음에도 아직 내수 판매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GM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GM은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여파로 정상 영업하던 당시의 절반 아래인 4천∼5천대까지 월 내수 판매가 급감했다가 5월에 7천대, 6월에 9천대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지난달 내수 판매는 7천여대로 다시 줄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17% 적어 완전한 판매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6월에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인 이쿼녹스의 성적도 저조하다.
한국GM 관계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이 곧바로 파업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파업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노사 양측의 의견이 다른 만큼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중노위의 결정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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