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출신 첫 수상…"'미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가운데,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부커상 수상자로 성폭력 문제를 다룬 소설 '우유배달부(Milkman)'를 쓴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가 선정됐다.
AP통신과 영국 매체 가디언 등은 16일(현지시간) 권력자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번스가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비교적 유명작가가 아니었던 번스는 자신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소설로 2012년 이후 첫 여성 수상자가 되면서 상금 5만 파운드(약 7천427만원)도 받게 됐다.
소설은 1970년대 북아일랜드의 신구종교 갈등 시기를 배경으로 해 18살 소녀가 나이 든 불법무장단체 인사 '우유배달부'와의 관계에서 겪은 이야기를 다룬다.
이 남성은 가족관계와 사회적 압력, 정치적 충성심을 이용해 성적으로 소녀를 괴롭힌다.
심사위원장인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이 작품은 사람들이 '미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서 "이 작품이 현시점에서 진행 중인 무언가(미투)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이 작품(의 가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 존 밴벌 등 아일랜드 출신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북아일랜드 출신 수상자는 번스가 최초다.
1969년 제정된 맨부커상은 영국과 아일랜드, 영연방국가 작가들만 대상으로 하다 2014년부터 미국 작가들도 수상대상에 포함했는데 2016, 2017년 연속 미국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간 바 있다.
맨부커상이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한 뒤 2016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으며, 2년 전 한국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이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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