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인 평균치와 흡사, 정체성 정치 역행"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020년 차기 대선 출마를 표명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 매사추세츠)이 자신의 소수민족 혈통임을 입증하기 위해 DNA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DNA 검사결과도 원주민 혈통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설픈 소수민족 주장으로 이른바 정체성 정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워런 의원은 그의 원주민 혈통은 거짓이라며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반박하기 위해 카를로스 부스타만테 스탠퍼드대 유전학 교수가 행한 자신의 DNA 검사결과를 공개했다.
부스타만테 교수는 검사보고서에서 워런 의원의 가계도에서 6-10대를 올라가면 '아메리카 원주민'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자신이 체로키와 델라웨어 부족의 먼 후손임이 입증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약속대로 100만 달러를 국립원주민여성인력센터에 기증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워런 의원의 주장이 일반에 별 설득력을 갖지 못하면서 오히려 향후 정치 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워런 의원의 원주민 후손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면서 워런 의원의 혈통은 평균적 미국 백인과 큰 차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WSJ은 사설을 통해 DNA 파문으로 워런의 대선 전망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또 워런 의원이 자신의 먼 뿌리임을 지적한 미국 체로키 부족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혈통을 입증하기 위해 DNA 분석을 이용한 워런 의원의 행동은 부적절하며 부족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WSJ은 DNA 분석검사를 보면 워런 의원이 원주민 혈통을 가질 비율은 64분의 1에서 1,024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하버드나 펜실베이니아대 법률대학원 등에 제출하는 연방문서 상에서 규정한 미국 원주민 자격에 가까스로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2014년 공개된 미국인 평균 유전자 지도를 보면 유럽계 미국인(백인)의 경우 98.6%가 유럽계, 0.19%가 아프리카계, 그리고 0.18%가 미국 원주민계 유전체(게놈)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미국 주민 약 500만 명이 최소 1%의 원주민 혈통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WSJ은 워런 의원이 이 1% 층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아마도 미국 백인 평균치와 흡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은 그러면서 워런 의원이 결국 정체성 정치를 따분한 유전자 논란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혹평하면서 오히려 워런 의원의 DNA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전에서 써먹을 호재를 만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체로키 부족도 지난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원주민 혈통 입증을 위해 DNA 검사를 동원한 워런 의원을 질책했다.
체로키 부족은 성명에서 원주민 부족과 연관성을 주장하기 위해 DNA 분석을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는 DNA 검사와 그의 정당한 이용을 조롱하고 합법적인 부족 정부와 그 시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체로키 부족은 워런 의원이 자신의 원주민 혈통을 주장하기 위해 부족의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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