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022년까지 아태지역 6억9천만 장애인 권리증진·복지향상에 앞장
"지난 20년간 중국·일본 하지 못했던 장애 통계 구축 최선 다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는 아·태 지역에는 6억9천만 명의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UNESCAP는 회원·준회원 62개 국가와 함께 이들의 권리와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62개 국가는 1993년부터 10년 단위로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첫 10년(1993∼2002)은 중국, 두 번째(2003∼2012)는 일본, 세 번째(2013∼2022)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2012년 11월 초 인천에 모여 장애인들의 빈곤 감소와 고용 전망의 증진, 정치 과정과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의 증진 등 10개 개발목표와 27개 세부목표, 62개 지표를 정했고, 이를 '인천전략'으로 명명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최경숙)은 인천전략의 목표달성을 위해 한국 정부가 지정한 기금운영 사무국이다. 장애 분야의 국제개발 협력(ODA)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취임한 최 원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중국과 일본이 하지 못했던 아·태 지역의 장애 통계를 구축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일은 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의 권리증진과 복지정책을 수립하는데 근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14년부터 UNESCAP와 '장애 통계 구축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오는 25∼26일 태국 방콕의 UNESCAP 본부에서 성과회의를 연다. 최 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해 그간의 성과와 향후 진행 계획을 발표한다.
다음은 최 원장과의 일문일답.
-- 5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 인천전략 10개 개발목표는 빈곤, 정치참여, 접근성, 사회적 보장, 교육, 장애 여성, 재난관리, 장애 데이터, 장애인권리협약, 지역 간 협력이다. 이에 따른 27개 세부목표, 62개 지표는 회원·준회원 국가들의 장애 통계를 마련하고 각국의 인천전략 이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가늠자이다. 이는 역으로 중국과 일본이 주도했던 지난 20년간의 성과 측정은 어려웠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장애 통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장애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네팔, 몽골, 라오스, 필리핀, 부탄, 파키스탄 등 17개국을 선정해 장애 통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호주의 장애 통계 전문가를 각국으로 파견해 통계 관련 정부 부처와 장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 50∼100명을 대상으로 장애 통계에 대한 컨설팅을 시행했다.
-- 구체적인 성과가 있다면.
▲ 몽골과 필리핀 정부는 우리가 주도하는 10개 개발목표에 따른 62개 지표를 국가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고, 부탄과 파키스탄은 UNESCAP 협력 아래 국가 장애개발계획에 장애 통계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했다.
또 몽골이 '빈곤 감소 및 고용 전망의 증진'(개발목표 1)의 핵심지표인 '세계은행에 의해 갱신되는 하루 1.25달러(구매력평가) 국제빈곤선 이하로 생활하는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의 비율'을 채택해 국가 장애 통계에 적용한다면 그 결과를 UNESCAP의 장애인 통계 조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앞으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컨설팅도 이뤄지는 것인가.
▲ 회원국·준회원국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곳은 35개국이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등 18개국은 15개 미만의 지표에 대해서만 자료를 냈다. 인천전략의 성과, 나아가 아·태 지역의 유의미한 장애 통계 구축을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가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회의에서 그 점을 강조할 생각이다.
-- 지금까지 장애인개발원이 진행한 ODA 사업은 또 무엇이 있는가.
▲ 장애 전문가 역량 강화를 위한 초청 연수 사업을 비롯해 전문가 파견, 장애 분야 ODA 사업의 발굴·시행·평가 등이다.
-- 그동안 국가별 협력 사업도 펼쳤는데.
▲ 2015년 3년간 몽골에서 '영유아 대상 장애 조기발견 및 개입 프로젝트'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라오스의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을 대상으로 자립 지원 프로젝트를 펼쳤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서도 직업 재활훈련과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 장애 전문가 초청 연수 사업이 참가자들로부터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 2014년부터 매년 인도, 동티모르, 스리랑카 등 10여 개국의 장애인 정책전문가 등을 초청해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우리의 장애인 정책과 제도, 장애 개념 및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배우고, 직접 자국에 맞는 장애 정책 관련 액션플랜을 수립해 보면서 희망을 찾고 있다.
-- 2022년 이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ODA 사업은.
▲ 지난 5월 28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ODA 사업도 포함했다. 취임 후 6월 28일 발표한 혁신로드맵에도 'ODA를 통한 장애인 역량 강화'를 주요과제로 선정했다.
-- 내년 장애인개발원 개원 30년을 맞는다.
▲ 30년간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발전과 궤를 함께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고용률 확대, 전문분야 개방형 직위 확대, 노동이사제 도입, 장애인 당사자의 사업 참여 강화 등 조직과 사업 전반의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원장은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대표,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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