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못가는 백화점 판매직…방광염 비율 3배

입력 2018-10-17 12:05  

화장실도 못가는 백화점 판매직…방광염 비율 3배
방광염 진단·치료 경험 20.6%…일반적 유병률은 6.5%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대부분 일과 시간 동안 선 채로 근무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 조건으로 방광염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1∼10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천8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여성이 2천708명(96.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방광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578명(20.6%)에 달했다. 일반 인구집단의 방광염 유병률(6.5%)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는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근무 중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1천677명(59.8%)으로, 절반을 넘었다. 그 이유로는 '매장에 인력이 없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1천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노동자도 1천81명(39.9%)이나 됐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게 원인으로 추정되는 질환의 유병률도 높았다. 조사 대상 중 의료기관에서 하지정맥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는 428명(15.3%)으로, 일반 인구집단(0.6%)보다 훨씬 높았다.
족저근막염 진단·치료 경험이 있는 노동자도 223명(7.9%)으로, 일단 인구집단(0.5%)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근무 중 발에 통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2천555명(91.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판매직 노동자를 위한 매장의 휴게시설은 여전히 열악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1천630명(58.1%)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휴게실 의자 수가 부족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1천71명(65.7%)으로, 가장 많았고 '휴게실 면적이 좁아서'라고 답한 사람이 774명(47.5%)으로, 뒤를 이었다.
고객의 '갑질'을 당한 노동자도 많았다. 지난 12개월 동안 업무 규정상 불가능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천314명(82.5%)에 달했고 업신여김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천27명(36.6%)이나 됐다.
이용득 의원은 "앉을 권리, 휴식할 권리, 화장실 이용은 최소한의 인권"이라며 "백화점·면세점이 이런 실정인데 중·소규모 매장 판매직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고 지적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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