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법원 영장기각 맹비난하더니…"소명부족" 경찰영장 매번 퇴짜
경찰 "이례적인 일"…내부에선 "경찰에 기회 안 주려는 것" 반응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행위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수사 초반부터 영장 신청이 검찰 단계에서 모두 제동이 걸려 반쪽짜리 수사로 남게 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4월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일할 당시 수임한 사건 3건을 살펴본 결과 변호사협회에 수임 신고가 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들여다보려 한 3건은 2013∼2014년 검찰이 수사한 가천대길병원 횡령사건,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의뢰인 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우 전 수석의 검찰 재직 당시 인맥을 이용해 수사 확대를 막거나 무혐의 처분 또는 내사종결을 끌어내고자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변론 등 통상적 변호인 업무를 맡기려 우 전 수석과 계약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우 전 수석 의뢰인 중 하나인 가천대길병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당시 최재경 신임 인천지검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해 수사가 더 확대되지 않게 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이 당시 최 전 지검장을 1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이 확보한 우 전 수석의 사건 수임계약서에는 성공보수 지급 조건으로 '검찰 단계에서 수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내사종결' 또는 '불기소 처분(무혐의)'이 명시돼 있다. 우 전 수석은 3건 모두에 대해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10억5천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이런 계약 자체가 의뢰인 뜻대로 사건이 처리되도록 우 전 수석이 검찰에 청탁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 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목적으로 한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위반 정황이 있다고 보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같은 의뢰인 진술과 사건 수임 관련 자료, 국세청에서 받은 세무자료 등을 첨부해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 전 수석의 금융거래 내역,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인천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우 전 수석 출입내역 등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4차례 신청한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모두 반려됐다. 사유는 '소명 부족'이었다. 압수수색은 수사 초반 혐의 입증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강제수사 수단이어서 이를 거치지 못하면 수사 진척이 어려워진다. 검찰이 경찰의 압수영장을 반려한 시점은 4월, 6월, 7월, 9월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사 과정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애초 압수수색을 통해 우 전 수석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청탁했는지 등을 자세히 확인해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금품거래나 수사상 기밀누설 등 범죄 혐의가 추가로 확인되면 수사를 확대할 생각이었으나 영장이 청구되지 않아 무산됐다.
경찰은 결국 우 전 수석을 상대로 한 3차례 구치소 접견조사,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참고인 면담조사 정도밖에 진행할 수 없었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다른 검찰 관계자들은 참고인 조사는커녕 전화통화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수사팀은 검찰의 영장 반려를 두고 공식적 의견 표명은 자제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수사분야에 오래 재직한 한 경찰관은 "검사는 물론 검찰 수사관이 연루된 사건에서도 검찰이 수사 초반부터 계좌나 통신영장조차 기각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자신들 손에 직접 피를 묻힐망정 경찰에게 (수사할) 기회를 주지는 않겠다는 속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압수수색영장 반려 등 수사 과정을 볼 때 검찰이 우 전 수석을 기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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