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계획…"꾸준한 소통과 정부 지지·기업 노력으로 관철"
"한국도 안전한 부지 찾을 수 있어"…부지 선정해도 15∼20년 소요
[※편집자주 = 정부의 에너지전환으로 에너지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연합뉴스는 한국처럼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하는 핀란드의 에너지정책과 산업을 총 3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헬싱키=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29개국이 총 448기의 원전을 운영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저장할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한 국가는 핀란드뿐이다.
1954년 가장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한 러시아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99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미국도 아직 영구처분시설이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는 지난 7∼11일 핀란드 정부 초청으로 핀란드의 에너지 관련 정부부처, 규제기관, 기업 등을 만나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비롯한 에너지정책을 취재했다.
핀란드는 2015년부터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 섬에 '옹칼로'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지하 450m 암반에 약 100년치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도록 설계됐으며 202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이 4기에 불과한 핀란드가 다른 원전 선진국보다 먼저 영구처분시설을 갖게 된 이유는 정부와 기업이 일찍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1977년 첫 원전을 가동한 핀란드는 정부가 1983년 원전 사업자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일정까지 정했다.
당시 계획은 2000년 부지 선정, 2010년 착공, 2020년 가동이었다.
원전 사업자 TVO와 포시바(Posiva Oy)는 10년 넘게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적정 부지를 모색했고, 핀란드 의회는 2001년 올킬루오토를 부지로 확정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당하는 방사선원자력안전청(STUK)의 유시 하이노넨 핵폐기물안전규제국장은 "우리는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규가 있었다"면서 "영구처분시설 사업은 항상 정치적 지지를 받았고, 기업들도 책임지고 이 사업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들은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나 정치적 이유로 사업이 차질을 빚었지만, 핀란드는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꾸준히 계획대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영구처분시설 건설은 만만치 않았다.
주요 설계를 담당한 AINS그룹의 요르마 어티오 핵폐기물처리사업본부장은 "수십만년 동안 안전해야 하며 과거 몇 차례 발생한 빙하기와 지진도 견뎌야 한다"며 "철강과 콘크리트도 시간이 지나면 부식하기 때문에 영구적인 자재를 찾는 게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AINS그룹은 여러 자재를 검토한 뒤에 핵연료를 구리로 된 통에 넣은 뒤 주변을 화산재의 풍화로 형성된 점토의 일종인 벤토나이트로 둘러싸기로 했다.
AINS그룹은 일본, 체코, 헝가리, 영국에서도 사업을 진행했고, 한국에서는 월성원자력본부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을 한국전력[015760], 한국전력기술과 함께 설계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영구처분시설 설계에도 참여,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영구처분시설 비용추산과 콘센트 디자인 등을 했다.
어티오 본부장은 "한국에서도 안전한 부지를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부지 선정 후 건설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15년에서 20년으로 예상했다.
핀란드는 원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핀란드에서는 원전 비리나 원전 지역에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정부와 STUK 등 규제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다.
키어시 올리츠 STUK 원자로규제국장은 "새 원전을 건설한다고 하면 여론이 더 양극화되지만,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인다"면서 "핀란드는 극심한 기상 조건이 없고 일반적으로 정부나 경찰 등 권력기관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원전 안전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가출연연구기관인 VTT의 원자력안전센터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캐나다, 유럽과 함께 원전에 대한 비행기 충돌시험을 하고 있다.
원통형 미사일을 원전에 사용하는 외벽에 발사하는데 연간 약 20번의 발사시험을 한다.
원자력안전센터의 에리카 홀트 박사는 "우리는 원자력 기술을 홍보하지는 않지만, 정부나 기업이 원자력을 선택할 경우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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